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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 한 올 한 올 나만의 결대로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극세사주의 삶에 관하여
김지수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3월
평점 :
이 책은 표지에 '극세사주의 삶'이라고 표현할 만큼 좀 예민하고, 다른 이와 가까워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작가님의 에세이다. 생활의 배경은 한국이 아닌 미국, 다른 이와의 관계는 띄엄띄엄인지 몰라도, 삶에 있어서만큼은 너무 열심히다.
_ 이민자의 삶이란 하루하루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시간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p.218)
아마도 낯익은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바쁘게 생활하며,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관계란 것은 또 내 마음을 내어주어야 하는 일이고, 에너지가 쓰이는 일이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작가님과는 생각이 다르다. 서로에 관해 우연히 알게 되더라도, 그것이 나의 삶을 지탱해주는 귀한 인연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실제로 그런 인연이 몇몇 있었고, 여전히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_ 불안이 디폴트값인 사람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강이 흐른다. 그리고 거기에는 허구한 날 비가 내린다. 처연하고 슬픈 비가 아니라 세차고 무서운 비다. (p.31-32)
사실 나는 예민과는 거리가 멀고, 베개에 머리만 대면 골아떨어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불안이 디폴트값인 사람의 마음은 잘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다른 마음을 알게 되었다.
작가님의 성격과 마음을 내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자기 생활을 꾸려가는 것을 보며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너무 지치지 말기를, 일을 하다보면 끝이 없음을, 가끔은 하지 않을 용기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
*쌤앤파커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산다는 건, ‘낯섦‘과 ‘낯익음‘이라는 극단의 감정을 번갈아 오가는 일이다. - P163
그런데 남에게 너그러워지자 놀라운 일이 생겼어. 나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진 거야. 관계에 있어서 나의 불편함은 쌍방향적이었어. 타인을 못 견뎌서 괴롭고 그런 타인을 못 견디는 내가 또 괴로운 거야. 그런데 한번은 "저 사람은 그런가 보지"하고 나니 나에게도 "내 마음은 그런가 보지" 하게 되었어.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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