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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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특히 <인어의 소송>, <선녀를 위한 변론>은

인어공주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억울한 인어와 선녀의 입장에서, 

법정 소설로 재탄생되었다. 



작가님의 탁월한 상상력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회사에서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

우연히 알게된 나, 구할 수 있을까?



<모서리의 메리>

한순간의 불순한 마음, 

그 마음이 현실화된다면?




<알렉산드리아의 거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캐릭터에 빠진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쉽게 단정한다. 

소설과 같은 전지적 시점은 불가하다.

인간은 쉽게 유형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 보이고 싶은 면만 보이고, 

보이는 면으로 받아들인다. 

서로에게 편하다.



소설 속 이야기는 의외성을 보여준다. 

그 의외성에서 인간을 알게 된다. 

인간의 복잡성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계속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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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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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 또는 간병인에게 맡기는 것,
자식은 대체 어떤 감정에 휩싸이게 될까.


이 책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래서 저자가 마주한 상황을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1. 돌봄
저자가 말한 것처럼,
"아직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을 겪지 않은 자녀들"이라
할 지라도,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를 돌보거나, 내가 돌봄의 손길이 필요하게 되거나,
이러한 일들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것 같지 않기에.

 
아픈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의사를 신뢰해야 하는지,
고용한 간병인이 잘 하고 있는지,
가족은 얼마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2. 의사
저자 역시 여러 명의 의사를 비교했다.
환자의 회복을 기대하지 않는 의사,
그는 수술을 하고도, 환자에게 너무 관심이 없었다.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때론 일어나고,  
행운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생이란 그렇다.



3. 간병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대신 내 시간을 보장받지만,
가족도 아닌 간병인은 어느 범위까지 나의 의무를 대신하고,
나는 얼마나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지.

때로는 집안의 물건을 훔치거나, 그릇된 일들이 일어나도,
알면서도 모르는채 눈감아야 하는지.
내 삶에 무엇이 더 중요하고, 어떠한 결정이 옳은 것인지,
모두 뒤엉킨다.




4. 죽음
엄마의 돌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사실적인 관찰에 더한 솔직한 감정 표현은
그 자리에 나를 끌어들인다.


엄마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과,
이기적인 내 시간에 대한 욕심,
형제자매와 함께하는 돌봄 속 갈등과,
간병인에게 빚진 듯한 심리적 감정.


이 모든 양가적 감정은 결국 엄마의 죽음으로 끝난다.





자녀 돌봄에는 타임라인이 있지만,
부모 돌봄의 끝은 죽음이기에,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돌봄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나이가 들고, 누군가를 돌보고,
부모의 임종을 치르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이치임에도
그토록 준비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겨둔 것 역시
오만한 인간을 위해 남겨둔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죄책감은 중요하지 않았다. 죄책감은 이기적이었다 - P59

내 삶이 좁아진 듯했다. 내 삶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듯했다. 나는 내 삶의 일부를 포기했고, 그런 생각들을 했다. 꼭 해야만 하는 의무로 여겨지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그런 생각들을. 희생. 나는 자유의 상실이라는 현실에 저항했다. - P69

의사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당신이 돌보는 환자가 도움을 받을 수도, 해를 입을 수도 있다. - P55

환자의 매일을, 몸을, 식사를 전담할 다른 누군가를 고용하는 것은 그 환자의 성인 자녀의 양심과 무의식을 콕콕 찌른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무엇이 옿고 그른지 몰랐다. 내가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윤리적 쟁점이 제기되었다. - P82

‘도둑‘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내 머릿속에 등장하지 않았다. ‘물건을 가져가기‘는 했어도. 그런 표현은 무해하게 들린다. 프랜시스가 가져간 물건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찮은 것들이었다. 프랜시스가 그런 것들을 가져갔다면 말이다. 어머니는 살아 있었고, 프랜시스가 물건을 훔치고 있다고 해도 프랜시스를 해고 하면 어머니는 오랜 시간 함께한 간병인과 헤어지게 된다. 게다가 프랜시스는 어머니를 매우 잘 돌봤고 어머니는 프랜시스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중략) 윤리적인 쟁점이 제기되었지만, 옳고 그름이 서로 뒤엉켜 있었고 중요도를 따져야 했다. 나는 늘 프랜시스의 편을 들었다. - P218

부모의 죽음은 일반적으로 다른 죽음과는 다르다. 그 인물들이 세상을 떠나면 터무니없게도, 어리석게도 그 자녀들은 상징적인 보호막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발가벗겨진 느낌, 더 취약한 존재가 되었다고 느낀다. - P239

나는 좋은 딸 역할을 연기했지만 거기에는 내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고 대신 내 양심은 담겨 있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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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만난 말들 - 프랑스어가 깨우는 생의 순간과 떨림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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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각각의 공동체가 경험과 성찰을 통해 빚어낸 열매다. (p.4, 프롤로그)


이 책은 프랑스어에 담긴 철학, 문화,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 인문학적 소양에 대해 알 기회를 준다. 우리와는 사고가 다른 프랑스인들의 언어를 통해 나 자신, 또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 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한동일님의 <라틴어 수업>이 떠올랐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단어들

1. Doucement (두스망: 부드럽게)

_ "절대 달리지 마. 늦으면 그냥 늦는 거야. 늦었다고 달리다가 사고가 나는 법이거든. 더 중요한 건 너의 안전이야." (p.20)


등굣길에 뛰다가 넘어진 12살 아이에게 그들이 건넨 말이다.  천천히나, 조심조심이 아닌 부드럽게 라는 뜻의 '두스망'이라는 프랑스단어가 이렇게 쓰인다고?! 그들의 여유로움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단어다.

난 늘 뛰어다니는데, 언제부터 빨리빨리가 내 몸에 체화되었을까. 초등학교 때부터 만원 전철에 낑겨 탔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분명 어렸을 때부터다. 나 역시 집을 나설 때마다, 우리 아이들에게
'빨리빨리'라는 단어를 읊어댔는데, 반성해야겠다. 그러나, 여전히 '두스망'까지는 안될 듯 싶다. 

2. Envie (앙비: 욕망)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한 친구가. 영화에 대한 '앙비'가 없어서 못 가겠다고 했다는 일화. 신기했다.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건가. 보통 우리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둘러대거나, 딱히 둘러댈 핑계가 없으면 그냥 싫어도 상대에게 맞춰주지 않았던가. 

_ 타인과 견주어 불행하거나 행복해지는 개인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에 비추어 삶을 반추하는 개인을 프랑스 사회는 탄생시킨 것이다. (p.55)


이 책을 읽다보면, 집단보다는 나 자신의 개인의 평정,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적인 프랑스식 문화를 접하게 된다. 우리가 K-방역을 자랑스러워하며 코로나 백신 N차 접종을 하고 있을 당시 프랑스는 백신접종 의무화 반대 시위를 하며 자유를 외쳤다. 나로서는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의 안전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우리와는 다른 가치관의 프랑스식 문화를 접하며 '다름'을 인지했다. 

3. Belle-mere (벨메르: 새어머니, 시어머니 등)
프랑스는 '아름다운 어머니'라는 뜻은 벨메르가 시어머니, 장모, 아버지의 여자친구 등 두루두루 가르킨다고 한다. Belle-soeur(벨쇠르) 역시 직역하면 '아름다운 자매'이지만, 남편의 여자 형제, 오빠 혹은 남동생의 아내, 아내의 자매, 새엄마가 데리고 온 자매 등 친자매가 아닌 자매를 두루 일컫는다고. 

우리나라는 호칭이 많다. 고모, 이모, 숙모, 동서, 당숙 등. 나조차 이 호칭들을 잘 쓰지 못한다. 또한 우리는 만나면, 나이부터 시작해서 호칭정리를 한다. 그런데 프랑스는 퉁치는 단어로 인해 호칭 정리가 불명확한 느낌이다. 그런데 느슨한 연대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더 좋아보인다. 

그래도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1인 가구가 더 많아지면서 예전의 호칭이 어느 순간 사라지지 않을까. 언어는 문화를 반영하니까 말이다.

_ 이토록 관계를 규정하는 성긴 호칭은 서로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도록 사람들을 길들인다. 지나친 관심도, 애정도, 간섭도 사양하게 만드는 오지랖 방지의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p.160) 


4. 그 외에도, 
문화적 예외, 정교분리원칙, 불이 꺼지다, 과두정치, 연대 등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하다. 이렇게나 다른 나라였구나, 프랑스는. 넘어가는 책 페이지가 아쉽다. 



다른 나라의 문화나 가치관을 알아간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한국에 살고 있는 내가 바라본 한국과, 프랑스에서 바라본 한국은 그 차이가 꽤 있다. 그 다름이라는 것을 인지할 때, 세계관이 더 넓어지는 느낌이랄까.  


작가님이 2편을 써주신다면 좋겠다.
 

우리가 일상처럼 넘기는 일상이 사실은 특별한 현상일 수도 있고, 
우리가 특별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별거 아닌 일상일 수도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불이 꺼졌다‘는 의미, 즉 사망했다는 표현이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을 평생 타오르다 마침내 꺼지는 불로 바라보는 낭만적인 프랑스식 표현은 시작과 불가역적 종착역이 있는 ‘직선적 셰계관‘을 투영한다. 이는 잘만 하면 종착점에 이르러 천국의 문에 도달 할 수 있는 옵션을 포함한 기독교적 세계관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에서 사망을 뜻하는 ‘돌아가셨다‘라는 표현은 사후 세계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 무엇이든 순환적 세계관에 대한 집단 무의식을 드러낸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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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상 세계로 간다 - 피라미드부터 마인크래프트까지 인류가 만든 사회
허먼 나룰라 지음, 정수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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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 세계의 모습이 현실과 구별이 어려울 만큼 실감 나더라도 가상 세계가 유용한 이유가 '실재감' 때문은 아니다.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가상 세계가 가치 있는 이유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에 부와 새로운 아이디어, 정체성, 영향력이 순환해 지금보다 사회 맥락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가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세계의 확장, 그리고 세계 간 가치의 이동이 미래 디지털 메타버스이다. (p.21)

```




이 책을 읽고 나니, 메타버스에 대해 좀 더 명확해졌다.



1. 가상세계가 유용하려면? 

- 가상세계는 상품이 아닌 경험이 중요하다. 상호작용이 풍성하고, 실시간으로 매끄럽게 반영해야 이 경험은 유용하다. 

- 가상세계가 현실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한, 무의미하다. 

- -> 제페토나 이프랜드가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같다.



2. 대기업형 메타버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 중앙 집권적이면서 수익 배분이 모호한 메타버스는 실제 메타버스의 가치 창출 원리에 어긋난다.  

- -> 페이스북이 기술과 자본 우위로 메타버스를 설계한다 해도, 웹2.0처럼 통제한다면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인프라는 주도적으로 설계한다 해도, 콘텐츠나 서비스 등의 자율성 측면에서는 탈중앙적인 성격이 필요하다. 



3. 메타버스의 가치는 무엇인가? 

-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접점에서 가치가 발생한다. 만약 참여자 수와 유용한 경험이 많다면, 메타버스 가치도 커진다. 



4. 저자가 생각하는 메타버스 발전 단계 

- 1단계는 지금과 같이 가상세계가 삶의 일부가 아닌 일탈의 수단에 불과한 세상, 즉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고리가 없기 때문

- 2단계는 디지털 자산과 디지털 신분, 디지털 경험이 현실세계와 상호 운용성을 갖추어 일상에 영향을 주는 단계

- 3단계는 대규모 인원이 말그대로 가상 현실에서 거주할 수 있는 사회, 일론 머스크가 꿈꾸는 것처럼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가 발전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존재방식이 현실화될지 모르니까. 

-> 저자는 2단계를 꿈꾸며 이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한다. 



메타버스에 대해 이토록 심도 있게 설명한 책은 못 본 것 같다. 만약 메타버스에 관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투자하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느낀 바는, 

메타버스가 현실화되려면, 디지털 경험이 유용해야한다.

이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닿아야 하며,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가치란 경제적 가치를 포함하는데, 블록체인류의 기술과 디지털 자산의 시대가 열려야 가능하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법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메타버스가 현실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명확한 것은, 각국 중앙은행에서 CBDC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체계를 만들어가는 중이고, 이것은 앞으로 도래할 디지털 자산 시대를 예고할 뿐이다. 가상세계가 이와 함께 기폭제처럼 등장할지, 아니면 현실세계와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기대치보다 미미할지, 앞으로 지켜봐야할 것 같다. 



나는 현존하는 게임을 수십 개씩 연결하는 아이디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설령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한다고 해도 각 게임은 본래 상호 운용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따로 개발된 데다가 각각 의미 체계도 폐쇄적이어서 억지로 모아 놓는다고 해도 서로 교류가 발생하기는 어렵다. - P167

지금은 ‘플랫폼을 지배하는 자 사용자를 지배한다‘라는 사업 모델이 모든 IT기업이 따라야 할 실리콘밸리 성공 공식이 되었다. 수많은 창업자와 투자자가 독점만이 성공의 길이라고 굳게 믿는 안타까운 현실은 웹2.0이 남긴 심리적 유산이다. 그러나 메타버스에서는 이러한 통제식 사업 모델이 그리 쉽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메타버스의 속성 때문이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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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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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저절로 발전하지 않습니다." (p.462)



오늘날 기술 변화는 일론 머스크의 말대로 '저절로'가 아닐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의 미친 결정력과 추진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그가 제정신이었다면 이렇게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간과했던 것은 일론은 사명으로 일을 시작해서 나중에는 그것을 재정적으로 성공시키는 방법까지 찾아낸다는 점이었어요. 바로 그런 면이 그를 경외감이 들 정도의 강력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지요." (p.116)


일론 머스크의 삶


1. 모든 요구사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 기존 설계, 운영방식,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은 결국 스페이스X에서 빛을 발한게 아닐까 싶다. 


2. 평생을 하드코어와 올인에 열중하는 삶을 살았다.

- 휴가를 즐기고 가족과 함께 하는 일반적인 삶을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도 자신과 같이 긴박감을 갖고 일하기를 바랬다. 이는 그에게는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트위터, 엑스닷에이아이 등 여러 사업의 추진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의 옆에서 일하다 결국 떠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3. 빠르게 결정하고 책임진다.

- 그는 빠르게 결정하여 많이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하는 법을 택했다. 테슬라, 스페이스X가 모두 파산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에도 그가 무너지지 않고 도전했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의 삶이 모두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면서 이 모든 사업을 저글링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다. 



천재, 몽상가, 영웅, 사기꾼. 그 사이를 넘나들면서 전세계 관종으로 자리잡은 그가 보이는 곡예는 늘 아슬아슬하다. 규제기관을 조롱하기도 하고, 말 안듣는 어린아이처럼 아무 말이나 내뱉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나름 자신의 알고리즘에 충실할 뿐인 듯 하다. 눈치를 안 보고 마구 트윗을 하는 단점이 어느 날 사라진다면, 오히려 그 역시 노화중인 인류종의 하나임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윌터 아이작슨이 쓴 다른 전기를 읽어본 적은 없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라면, 아직 그의 삶이 한참 남은 가운데 유일한 이 공식 전기를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윌터 아이작슨이 130명의 밀착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를 담아낸 것도, 일론 머스크가 그것을 허용한 것도, 그래서 그가 우리 인류사에 남긴 놀라운 진화 여정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의 사업체는 모두 다 유기적인 연결을 보인다. 이는 앞으로 더 크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그가 우려하는 것처럼 AI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무섭다. 그 역시 AI를 테슬라와 조합해서 움직이는 모빌리티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과연 테슬라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무엇이 다른걸까. 나는 이 거대한 플랫폼이 AI와 만나면서 진화하는 지금의 여정이 아직 쓰여지지 않은 다음 페이지가 아닐까 싶다. 




대신 머스크는 오픈AI와 울트먼에 대한 공격을 쏟아냈다. "오픈AI는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오픈소스 유형의 비영리회사였는데, 지금은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가 통제하는 폐쇄소스 유형의 최대 영리회사가 되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내가 1억 달러를 기부한 비영리조직이 어떻게 시가총액 300억 달러의 영리기업이 되었는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이것이 합법적이라면 왜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는 걸까요?" 그는 AI를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칭하면서 "이제 그것이 무자비한 기업 독점의 손아귀에 들어갔다"고 한탄했다. - P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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