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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평점 :
_ 역사의 밝은 면은, 믿을 수 없이 똑똑하고 지식에 목말라하는 이 놀라운 과학자들과 그들의 지식 협력이다. 양자역학은 그 누구도 혼자 힘으로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기이한 이론이었다. 그들은 양자역학을 탄생시키기 위해 협력하고 경쟁하고 친구이자 적이 되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썼던 편지, 메모, 연구 논문, 일기, 회고록에서 양분을 얻어 이 책이 탄생했다. (p. 479, 에필로그)
물리학, 어려운 학문이라 크게 관심가져본 적 없었다. 양자역학 이야기가 나오면, 이해하지 못할 문제의 하나로 여기고 그냥 지나쳤다. 가끔 책을 읽어도 그때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있다. 과학자의 사생활을 읽다가, 양자역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알게 되는, 물리학의 역사를 통해 이해하게 되는 책. 바로 이 책이 그렇다. 사생활은 재미없을 수 없고, 양자역학의 발전사는 양념처럼 버무려 나온다.
과학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1. 과학자가 모두 수학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 닐스 보어가 유명 물리학자이지만 "아주 형편없는 수학자"라는 사실, 철학적 성찰이 우선이었던 그는 수학적 재능이 있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공식을 정리했다고 한다.
2. 인연은 중요하다.
- 닐스보어는 조지프 존 톰슨과 맞지 않았고, 어니스트 러더퍼드를 만나면서 그를 제2의 아버지처럼 생각한다. 심지어 그의 넷째 아들 이름을 '어니스트'로 할 정도
- 하이젠베르크는 수학자가 되고 싶어 린데만을 만났지만, 맞지 않았고, 아르놀트 조머펠트를 만나 원자물리학의 길로 들어선다.
3. 과학자들의 치열한 배틀
- 콤프턴이 X선이 양자로 이동한다는 실험을 논문에 게재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환호했지만 보어에게는 충격이었다.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전차를 함께 타고 이동중에도 계속 이 문제를 논하느라 같은 구간을 여러번 오갔다고 하니, 그들에게는 심히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 과학자들은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고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함으로써 세상에 알린다. 이 때 이론에 환호하는 과학자와 그 이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과학자가 나뉘어 배틀이 시작되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우리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 아니었을까.
물론 이 책에는, 유명과학자의 사생활이 디스패치 기사처럼 담겨있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이 내연녀에게 쓴 편지를 비롯하여, 그가 군대가 너무 싫어서 독일 국적을 버리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다는 것, 이후 다시 독일 공무원이 되었다는 기이한 일들. 그의 의붓딸이 자신의 아버지는 스위스 국민이라고 노벨위원회에 메달을 스위스 대사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학문은 어렵지만,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물리학자 이야기를 통해 물리학을 접했더라면, 좀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학창시절로 돌아가도 물리학은 여전히 어렵겠지만)
두께에 비해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디스패치를 통해 연예인 기사 읽는 것처럼, 이 책 역시 그런 기분이다. 세계 유명 물리학자의 사생활을 통해, 그 시대를 가늠해보고 물리학의 발전까지도 엿볼 수 있는 유용한 책. 저자의 참신한 기획, 그리고 스토리텔링까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