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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다는 말
이현정 지음 / 느린서재 / 2023년 4월
평점 :
퇴근하고 자기 전, 또는 새벽에 일어나서. 가장 조용한 나만의 시간에 이 책을 펼쳤다. 그림책이 주는 여운을 고스란히 잘 담아낸 책, 그리고 그림책과 함께 일상의 마음을 꺼내 보여주는 책. 어쩌면 아이들보다 내가 더 그림책이 필요한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앤서니 브라운 책도 좋아서 몇 권 샀지만, 우리집 아이들은 흥미없어 하는 바람에, 그때 부터는 서점에서 직접 고르도록 한다. 가끔 꽁꽁꽁 시리즈나, 백희나 작가님 책이 통하는 것을 보면, 베셀의 존재감을 인식하게 되지만. 서점에서 아이들이 선택하는 책을 보면, 또 알다가도 모르겠고. 책 취향이란, 다 있는거지.
어쨌든 아이들이 아닌,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이현정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힐링이 된다. 인스타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며 더 잘 알게되는 것 같다. 수업도 엄청 잘 하실 것 같은데, 글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기대되는 그런 분.
글 중간중간 현정님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작가님을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에 나오는 글은 특히 자신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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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정한 틀 안에 나를 가두지 말고 '덥석' 한 발 내딛어보기. 이 모든 과정이 나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발자취가 될 테고 그것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나날, 모든 순간이 쌓여서 완벽하지 않지만 그저 나로 우뚝서기를.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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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꿈은 접고, 교통캐스터로, 이후 은행원으로. 지금은 그림책 활동가로 강의도 하시고 책도 쓰시고. 작가님, 우뚝서신거죠?! 너무 멋져서 응원하고 싶은 분이다. 아이들도 키우면서 우뚝서는게 쉽지 않은데. 나 역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면서 그렇게 내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 역시 그런게 아닐까 싶었다. 공감되는 문구.
그냥, 좋다는 말. 어쩌면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닐까.
존재가치를 증명하지 않아도 나 자신 그대로도 그냥 좋다고, 그림책을 보면서 내게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 모른다. 그냥, 좋다는 말.
매일매일 함께 있어서 우리는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산다. 그 당연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그림책은 속닥속닥 귀띔해준다.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때로는 힘이 들어도 같이 나누는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책장에 넘기는 바람결에 느끼게 해준다.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로 삶의 달콤한 숨을 불어 넣어주는 그림책과 함께여서 그냥 좋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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