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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 어둠의 시간을 밝히는 인생의 도구들
미셸 오바마 지음, 이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4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잘 짜여진 에세이라 생각했다. 미셸 오바마, 굉장히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구나. 진정성있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와닿았다. 퍼스트레이디가 아닌, 그냥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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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해독하는 일은 우리 자신의 본능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우리가 무엇을 마주했을 때 뒤로 물러서고, 무엇을 향해 기꺼이 다가가는지 살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왜 물러서거나 다가가는지 그 이유를 따져보는 것이다.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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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는 두려운 마음이 들 때면, 그 마음에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건넨다고 한다. 그러한 마음을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능숙하게 데면데면한 태도로 받아들이기.
갑자기 초등학교 때 생각이 났다. 엄마는 무엇이든 나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게 했다. 비가 와도 우산을 가져다주지 않는, 그러기엔 그녀 역시 삶이 너무 바빴다. 어느 날, 대학교 데모 시위가 한참이었고, 초등학교에도 화염병 냄새가 지독했다. 학교에서는 조기 귀가 조치를 했다. 집에 전화하니 빨리 오라고 했다. (그러니까 난 어떻게 집에 가야하나 걱정되서 전화했던 것 같은데...) 정말 그 난리통에, 대학생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던 그 길을 다다다다 뛰었고, 무사히 전철을 타고 집에 왔다. 그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그래서였나, 단단한 아이가 된 것인지도. 두려운 마음에 대응하는 경험이 축적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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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휘청거릴 수 있고 나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던 진실이 지워질 수 있다. 모든 일에 서툴고 자신 없어질 수 있다. 내가 누구이며 어디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윽고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치 세상이 내가 못생겨 보이는 각도로 거울을 들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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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의 아버지가 늘 했던 말 "내가 나한테 만족하면 누구도 나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없어" 흑인으로, 여성으로, 대학교 시절부터 수많은 경험이 그녀를 흔들리게 했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 역시 노력했다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전부가 아닌데, 내 마음속에서는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군가와 그 이야기를 나누며 풀어보려고 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또한 해결방법은 아닌 것 같다. 잠시 위안은 되겠지만, 그것은 아주 찰나일뿐. 그럴 때 글쓰기가 유용한 것 같다. 내 마음을 스스로 돌아보는 일, 미셸 오바마 역시 올바른 메시지를 머릿속에 남겨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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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지 않아 보였던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 새로운 중심을 찾게 된다. 남들의 거울에 비친 나를 지우고 나의 경험, 나의 시점에서 좀 더 완전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자부심을 더 꼭 붙잡고 나를 얽매는 것들을 좀 더 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 장애물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더 작아지게 할 수는 있다. 작은 승리라도 나의 승리를 헤아려보는 것, 내가 괜찮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도움이 된다.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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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묻고 싶은 문구가 굉장히 많은 책이다. 굉장한 여운이 남는 책,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지치지 않고 삶을 사랑하는 태도에 대하여, 그녀가 하는 말들이 나의 내면에 부딪히며 어떤 일렁임을 준다. 그래서 오래 천천히 읽었다.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쉬운, 내가 가진 '자기만의 빛'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우리 각자가 내면의 밝음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아주 고유하고 개별적이며 보호할 가치가 있는 불꽃, ‘자기만의 빛‘이다. 자기만의 빛을 알아볼 능력이 생기면 그것을 사용할 힘도 생긴다. - P35
강력한 우정은 강력한 의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생은 내게 일깨워주었다. 우리는 부엌 식탁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채우고 의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친구가 될 만한 사람에게 "네가 궁금해"라고 말해야 하고 그 호기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정이 커지고 깊어질 수 있도록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며,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온갖 쌓인 일보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우정에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 P206
"언어는 숨는 곳이 아니라 발견하는 곳"이라고 소설가 지넷 윈터슨은 지적했고 나한테는 정말 그랬다. 내 지하 저장고를 열어 내가 가장 취약하고 가장 통제력이 없었던 시기를 조명하자 전에는 몰랐던 공동체를 발견하게 되었다. - P326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사실상 타인으로 향하는 다리에 올라 어느 정도 다가가는 일뿐이며, 거기 있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겸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는 밤마다 사샤와 말리아의 곁에 누워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입을 살짝 벌린 채 잠에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작은 가슴이 이불 밑에서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의 생각을 절반도 알지 못할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르렀던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 홀로 서 있다. 인간으로 사는 일은 그래서 아프다. - P329
인간으로 사는 일의 아픔을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줄이는 방법은 있다. 우리가 두려움을 참고 더 많은 이야기를 공유할 때, 더 귀를 기울일 때, 타인의 온전한 이야기가 나의 온전한 이야기에 더해질 때 아픔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나는 타인을 조금 더 알게 된다. 타인은 나를 조금 더 알게 된다. 다 알수는 없지만 서로 익숙한 편이 낫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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