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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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종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여기서 계속 살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존재하기를 원하고, 존재하는 것을 즐기게 하는 어떤 것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나는 그 '어떤 것'이 서로를 향한 사랑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사회적 유대에서 누리는 기쁨이 없다면 삶이 과연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을까? (p.359, 에필로그)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어쩌면 이미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저자는 뇌과학이라는 언어로, 그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는 외면할 수 없도록 분명히 드러낸다.

1.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뇌의 보상 신호를 활성화해 기쁨을 준다.

2. 고립은 웰빙에 치명적이며, 분열은 뇌 건강의 적이다.

3. 우리는 분열된 세상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 너머의 가상적 사회 경험은 상호작용과 고립이 뒤섞인 상태다.

4. 뇌는 수백만 년 동안 얼굴을 맞대는 대면 접촉을 기반으로 진화했기에, 가상의 상호작용은 뇌에게 비정상적인 경험이다.

5. 상호작용이 실제에 가까울수록 기분과 웰빙에 더 유익하며, 가장 좋은 방식은 여전히 대면 접촉이다.

기술은 짧은 시간 동안 급속히 진화해 왔고, 그만큼 뇌가 감당해야 할 ‘비정상적인 경험’도 늘어났다. 인터넷은 모두를 연결한다고 말하지만, 뇌는 여전히 몸짓, 목소리의 톤, 표정 같은 사회적 단서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대면 상호작용에서 가장 활발히 반응한다.

로맨틱한 애정 관계만큼 신경학적으로 강력한 사회적 유대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유대가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유대다. 이 관계 역시 로맨틱한 관계와 마찬가지로 옥시토신이 깊이 관여한다. 실제로 부모가 자녀와 함께 무엇을 하든 옥시토신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다. (p.251)


최근 담임선생님은 첫째 아이의 주의력이 부족해 보인다며, 상담을 권했다.

나는 주변의 선배 부모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놀랍게도 돌아오는 대답은 거의 같았다. 초등학교 2~3학년 무렵, 자기 아이도 몹시 산만했고, 그 중에는 ADHD 약을 먹여봤다는 엄마까지. 하지만 대부분 그 시기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괜찮아졌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게는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아이가 급격히 성장하는 그 시기에,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부모-자녀 관계에서 옥시토신으로 채워져야 할 보상이, 게임이나 영상에서 얻는 도파민으로 대체된 건 아닐까.

작년보다 더 산만해진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남편은 우리가 가족으로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탓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내게 죄책감을 더하려는 건 아니냐며 말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유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아이의 뇌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야근이 잦았던 나의 시간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 내년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해다. 다시 함께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채워주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늦지 않았다고 믿으면서.

함께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건 없다. 당신이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삶을 누려라. 그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 그들이 미소짓게 하라. 무엇을 하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p.365,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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