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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제국: 권력, 자본, 노동 - 샘 올트먼과 오픈AI의 빛과 그림자
카렌 하오 지음, 임보영 옮김 / 생각의힘 / 2026년 2월
평점 :
_ 그것은 바로 오픈AI는 언제나 샘 올트먼의 AI제국이었고,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p.593)
AI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고 있는 지금,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오늘 쏟아지는 뉴스가 오픈AI를 둘러싼 권력 다툼, 그리고 그간의 여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픈AI의 흥망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샘 올트먼이 일론 머스크만큼이나 — 어쩌면 그 이상으로 —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1. 일론 머스크는 왜 샘 올트먼과 헤어졌나.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가 스페이스X와 합병한다는 소식과 함께 AI핵심인력 이탈이 기사화되었다.
초기 오픈AI가 자금난에 시달리던 시절, 머스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테슬라를 자금줄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되고 싶었던 올트먼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은 갈라섰다.
그때부터 올트먼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단 하나, ‘자금 조달’이었다.
_ 오픈AI의 미래는 이제 오직 올트먼의 자금조달 능력에 달렸다. 지금까지의 손실액을 메우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자본 수요를 계속 충족시켜야 했다. (p.108)
이 문장은 오픈AI라는 조직의 본질을 꿰뚫는다. 기술 이전에, AI는 자본의 문제였다.
2. 아모데이는 왜 앤트로픽을 설립했나.
다리오 아모데이는 오픈AI 내부에서 ‘안전파’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AI 상용화를 서두르는 흐름 속에서 그는 위험 가속화를 우려하며 신중론을 폈다. 그러나 결국 오픈AI는 생존과 확장을 위해 자본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아모데이는 조직을 떠나 앤트로픽을 설립한다.
앤트로픽은 자사 기술이 자국민 감시나 완전 자율 살상 무기에 사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과연 ‘안전’이라는 가치가 스케일의 압박 앞에서도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지 한 회사의 미래가 아니라, 창업자의 신념이 기업의 방향을 얼마나 오래 지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_ 훗날 앤트로픽 사람들은 "이혼 The Divorce"이라고 불린 이 분열을 AI안전에 대한 오픈AI의 접근방식을 두고 벌어진 의견 충돌로 묘사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그건 권력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다리오 아모데이가 자신의 원칙에 따라 옳은 선택을 하고 올트먼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한 것만큼이나 그는 자기 자신의 가치와 이데올로기에 따라 AI를 개발하기 위해 더 큰 지배력을 갖고 싶어했다. (p.238)
결국 이 책은 이상과 권력이 어떻게 얽히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3. 일리야 수츠케버는 왜 등을 돌렸나.
일리야 수츠케버 역시 기술 가속화 속에서 점차 안전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올트먼의 행보가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갈등의 핵심이었다.
만약 2023년 11월의 ‘왕좌 쟁탈전’에서 그의 뜻대로 올트먼이 축출되었다면, 지금의 오픈AI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까?
수츠케버는 한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데이터를 끝없이 투입하는 ‘스케일링 법칙’은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는 데이터를 어떻게 소화하고 추론하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더 나아가 그는 감정을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는 가치 함수”라고 정의했다.
그의 통찰은 여전히 날카롭다.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연산량이 아니라, 세계관일지도 모른다.
4. AI의 실존적 위협이 무엇인가.
우리가 체감하는 AI는 최전선 연구자들이 경험하는 세계의 ‘최소치’일지도 모른다. 내가 가끔 막연히 두렵다고 느끼는 감정이, 그들에게는 점점 더 구체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과 미디어에서 반복되는 ‘실존적 위험’이라는 단어. 막연하게 들렸던 그 표현이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선명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이미 거대한 흐름은 누구도 쉽게 멈출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생각도 들었다.
_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오히려 AI가 권력을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AI는 그 권력을 집중시키는가, 아니면 재분배하는가? 이 책의 틀에 맞추어 묻는다면, 그것은 계속해서 제국을 강화하는가, 아니면 우리를 다시 민주주의 쪽으로 끌어당기는가? (p.609, 에필로그)
이 문장은 책의 핵심이자, 우리가 앞으로 계속 붙들어야 할 질문이다.
이 책은 단순한 취재를 서술한 책이 아니다.
AI 산업의 민낯, 창업자들의 야망, 조직 내부의 권력 다툼, 그리고 인간의 신념이 교차하는 한 편의 정치 드라마와 같다.
AI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조직 내 권력의 역학에 관심 있는 직장인에게도 충분히 흥미롭다.
나에게는 2026년 올해의 책.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