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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리학으로 세상을 다르게 본다 - 사소한 순간에 마주친 뜻밖의 물리학
하시모토 고지 지음, 정문주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1월
평점 :
“왜 그런 가설을 도입하셨나요?” 난부 씨는 웃으며 답했다. “재미있잖아요.” 몸이 떨려왔다. 역사적인 가설 생성 순간을 목격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재미있으니까 해보는 거다. ‘이런 가설을 세우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까’에서부터 가설은 시작된다. (p.100)
물리학의 재미를 제대로 알 리 없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며 피식 웃게 되는 이유는, 저자가 온갖 일상에 물리학의 관점을 거리낌 없이 들이밀기 때문이다.
여름철 교토에서는 언제 절대 외출하지 않는 게 좋을까.
비에 젖지 않는 방법은 과연 있을까.
복숭아를 가장 공평하고, 가장 낭비 없이 자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붐비는 버스를 피하고, 지하철에서 앉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사소해 보이는 질문들에 물리학적 사고를 얹는 순간, 재밌어진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각자가 쌓아온 경험과 앎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내 안의 생각들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해석을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아마 같은 장면을 보아도 경제학자, 물리학자, 법학자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놓고, 그 차이를 나눌 때 우리가 재미를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때 알쓸신잡 같은 교양 프로그램이 사랑받았던 이유 역시 다르지 않다.
사람마다 다른 관점과 시선. 그 출발점이 무엇이었든, 그렇게 각자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때 세상은 훨씬 흥미로워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내 안에는 어떤 관점이 자리 잡고 있을까.’
각자에게는 저마다의 암묵지 같은 경험과 앎이 있다. 마치 우리 엄마가 뚝딱 끓여내는 김치찌개의 비법을 아무리 물어도 내가 쉽사리 따라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책은 물리학을 알려준다기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을 건네준다. 그리고 그 시선을 통해, 나만의 질문을 던져보게 만든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는 그렇게, 각자의 관점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나는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다정한 과학에세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