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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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선 말하고 싶은 점은, 제목에 비해 내용이 못 미친다는 것이다.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이 책의 흥미진진함에 대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후반에 주인공이 사형대에 올라서기 전에 갑자기 사람들의 열광적인, 아니 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아름다운 존재가 되어 모든 이들의 사랑의 대상이 되는 부분은 너무 소설의 허구적인 소스를 왕창 뿌려 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루누이, 주인공을 비롯 아름다운 향기의 소유자인 여러 여인과 소녀들에 대한 외적인 묘사이며 그녀들의 향기에 대한 표현을 하는 것이 머릿속으로 그려내기엔 너무 부족할 정도로 빈약했다. 소설의 재미 중에 하나가 독자들이 그 글을 읽고 얼마나 동감하며 흥미를 갖느냐에 있는 것인데 그런 결정권을 짓는 요소를 쥐스킨트는 굉장히 추상적이고 자신만이 알 수 있도록 글을 썼음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또 주인공 그루누이가 잠시 보금자리를 동굴로 하고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다 불현 듯 무엇인가를 깨닫고 그 곳을 벗어나 도시, 사람들의 세계로 향해 달려가는 부분은 '이게 뭐야?' 라는 의문이 날 정도로 원인, 결과가 확실치 않아 뭔가 갈증을 남겨 주었다. 사실 이렇게 비평을 하고 있는 나처럼 허구성이라는 것이 명목인 소설에 대하여 원인과 결과를 철저히 따지며 대드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여지껏 읽은 소설들 중에서 이처럼 갈증이 남은 소설도 없다.

그루누이의 이야기보다 <타나토노트>에서의 죽음의 항해자들이 더 허구적이고 현실과 더욱 동떨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책이 보다 흥미롭고 재밌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쥐스킨트는 이 소설로 하여금 무언가를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한 사람의 허구적인 일대기를 그려낸 것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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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하우스 Full House 1
원수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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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풀 하우스>를 단순 순정만화라고 하기엔 작품에 대해 실례가 될 만큼 <풀 하우스>는 대작이다. 처음 이 만화책을 보았을 땐, 내용이 기발하긴 한데 그림이 너무 딸린다는 건방진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그 시기에 천계영의 '언플러그드 보이'의 충격적이게 예쁜 그림에 놀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눈에 띄게 에뻐진 그림하며 많은 분량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흐름에 전혀 지루함이나 식상함을 느끼지 못함은 보통 만화에선 찾아볼 수 없는 혜택이다. 특히 8권같은 경우는 정말 아름다운 결혼식을 생생히 전해 주었고, 15권은 가슴이 벅차 눈물을 흘리는 마음 약한 여자로 나를 다듬어 주었다. (약간 청승 맞는짓이지만 말이다. ^_^;;)

평소 나는 영국을 동경해 왔다. 이 만화에서도 볼 수있듯, 한국인의 여자가 영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영국 최고의 영화배우와 사랑의 슛을 골인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잠시나마 멋진 꿈을 꿀 수있게 해준다. 그리고 영국 문화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해주었고 유럽의 건물을 세밀히 스케치한 것이나 후반에 등장하는 일본 어느 디자이너의 패션쇼와 영화 시상식에서의 실제 배우들을 비슷하게 그려 놓은 것은 컬러가 없이도 나의 시각적인 즐거움을 충분히 주었다. 영화로 제작한다고 해도 손상없을 정말 멋진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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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걸 1
우에다 미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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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걸>을 본 99%의 여자들은 만화책을 본 후에 가슴을 치던지 아니면 한숨을 쉬게 된다. 바로 조연급 주인공인 사에의 악랄함에 대하는 모모와 카이리, 토지의 답답함과 불쌍하게 여겨지는 것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재미이다. 작년에 모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인기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이라는 프로의 두 여주인공과 피치걸의 두 여 인물은 참 많이 닮았다. 닮았기 보다는 똑같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장담하건데 이 세상의 아무리 착한 여자라도 사에의 얼굴을 갖고 있고, 아무리 못된 여자라도 모모처럼 착한 심성을 갖고 있다. 이런 것 때문에 다른 여느 만화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며 캐리터들과는 달리 피치걸은 바로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가 될 수있다는 점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다. 실로 내 주위에도 사에같은 애들이 남자친구를 가로 체 가는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이 책의 결말이 더욱 궁금해지고 흥미로와진다. 이 책을 보고 사에라는 인물을 사전삼아 행동하면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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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한 다음에 인생을 즐기자
에바 헬러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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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고를 때, 책의 표지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나를 포함한 몇몇 다수의 사람들의 나쁜 버릇일 수도 있다. 책이란 것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다가 그 속의 내용을 알았을 때 비로소 참된 진실을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바 헬러의 <복수한 다음에 인생을 즐기자>라는 책은 순전히 '열린책들'이라는 출판사에서 예쁘게 포장되어 나온 그 겉모습에 빨려서 구입한 것이다. 이 책을 사람으로서 비유를 하자면, '머릿속은 텅 빈 단순 재미 삼아 놀 수 있는 미녀' 라고 할까..? 너무 심한 표현이라고 해도 그 비유는 과언은 아닐 게다. 내용은 정말 단순한 로맨스다. 흔히 영화에서 보는 내용을 굳이 책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워준 책이다. 한 여자가 남자를 사랑하다 배신을 당해 나름대로 멋지게 복수를 해주고 다른 남자와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는 너무나도 흔해빠진 이야기.

하지만 이 책만의 뭔가 다른 점을 찾는다면 작가인 에바 헬러가 심리학자여서 인지 그녀가 그려 낸 주인공의 심리는 내가 느낀 것과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단순 같다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어떤 사건 후에 속으로 생각하는 지문이며 대사들이 내가 머릿속에 떠올리던 것과 같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들이 그러하듯 에바 헬러도 여자의 남자에 대한 사랑이나 복수 심리를 잘 알고 그것을 독자로 하여금 동감할 수 있게 글을 쓴 것 같다. 아마 남자한테 배신을 당하고 그 남자에게 애절하게 매달리며 눈물로 하루를 보내는 여자라면 이 책이 인생의 지침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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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퇘지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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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도대로 사람들이 이 책을 이해한다면 그것은 '사회 비판적인 풍자소설'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겐 '우스꽝스런 우화이야기'나 '여자의 비참한 일생'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 나를 동일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삶은 밤을 먹으며 책을 읽어 나갔다. 그녀도 가끔은 숲에서 밤을 찾아 킁킁거리며 방황한다는 것이 더욱 더 그녀와 나를 친근하게 엮어 주었다. 그녀가 냄새에 민감하다는 것에 잠시 <향수>(by Patrick Suskind)의 주인공인 그루누이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몸도 변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녀가 왜 몸이 돼지로 변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도대체 사회적, 정치적으로 비판할 꺼리가 있던가? 어쨌든 그녀는 남자들에게 깨나 인기있는 육체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에서 흉몰스런 돼지로 점점 변해갔다. 난 이 시점에서부터 그녀와 내가 같다는 걸 느꼈다.

돼지는 여유와 나태를 구분하지 못하는 자, 용기와 무모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에 비유를 할 수있다. 물론 마리외다세크가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의도하고자 하는 사실이 그것이 아니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돼지라는 소재가 그러하니 만큼 어느새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요즘 내 생활이 그렇듯 나태와 무모함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여자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그녀가 돼지로 변해 어떤 소녀를 등에 태우고 파티장에서 뛰는 장면이 있다. 그녀는 그 소녀가 술에 취해 토한 찌꺼기를 마구 핥아 주어먹는다. 갑자기 속 안에서 무언가가 확 올라왔다. 정말 참지 못할 정도였다. 구토증... 나도 그런 내 자신에 놀라면서도 내가 너무 소설에 빠져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 대해서 전반적인 내용과 작가의 의도된 사실을 장황하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면 침묵은 재치있는 임기응변이라는 명언을 그대로 실천하고 싶다. 작가의 상상력과 주제와 소재에 있어서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그 동안에 시드니셀던의 늘 똑같이 반복되는 추리 로맨스소설과 V.C.앤드류스의 안 봐도 뻔한 반전에 질색을 하던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들 중, 여성의 미모는 사회에서 출세하기 위한 높은 발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일부분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것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적용되는 악마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그런 사회를 위한 美를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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