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퇘지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의도대로 사람들이 이 책을 이해한다면 그것은 '사회 비판적인 풍자소설'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겐 '우스꽝스런 우화이야기'나 '여자의 비참한 일생'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우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녀와 나를 동일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삶은 밤을 먹으며 책을 읽어 나갔다. 그녀도 가끔은 숲에서 밤을 찾아 킁킁거리며 방황한다는 것이 더욱 더 그녀와 나를 친근하게 엮어 주었다. 그녀가 냄새에 민감하다는 것에 잠시 <향수>(by Patrick Suskind)의 주인공인 그루누이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몸도 변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녀가 왜 몸이 돼지로 변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도대체 사회적, 정치적으로 비판할 꺼리가 있던가? 어쨌든 그녀는 남자들에게 깨나 인기있는 육체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에서 흉몰스런 돼지로 점점 변해갔다. 난 이 시점에서부터 그녀와 내가 같다는 걸 느꼈다.

돼지는 여유와 나태를 구분하지 못하는 자, 용기와 무모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에 비유를 할 수있다. 물론 마리외다세크가 나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의도하고자 하는 사실이 그것이 아니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돼지라는 소재가 그러하니 만큼 어느새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요즘 내 생활이 그렇듯 나태와 무모함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여자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그녀가 돼지로 변해 어떤 소녀를 등에 태우고 파티장에서 뛰는 장면이 있다. 그녀는 그 소녀가 술에 취해 토한 찌꺼기를 마구 핥아 주어먹는다. 갑자기 속 안에서 무언가가 확 올라왔다. 정말 참지 못할 정도였다. 구토증... 나도 그런 내 자신에 놀라면서도 내가 너무 소설에 빠져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 대해서 전반적인 내용과 작가의 의도된 사실을 장황하고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면 침묵은 재치있는 임기응변이라는 명언을 그대로 실천하고 싶다. 작가의 상상력과 주제와 소재에 있어서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그 동안에 시드니셀던의 늘 똑같이 반복되는 추리 로맨스소설과 V.C.앤드류스의 안 봐도 뻔한 반전에 질색을 하던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들 중, 여성의 미모는 사회에서 출세하기 위한 높은 발판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일부분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것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적용되는 악마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나는 그런 사회를 위한 美를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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