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호야, 니 저 밑에 엎드려 볼래?"

그러나 아우는 상기된 얼굴로 나의 속내를 꿰뚤어 본다는 투로 대꾸했다.

"히야가 내 등때기 밟고 올라설라꼬 그래제?"

"살짝 밟는다."

"내사 몬할따."

"내가 엎드리고 니가 올라서면 니는 키가 안 자라서 안 된다 카이."

그러나 아우는 나를 엉뚱한 쪽으로 몰려 하고 있었다.

"엄마가 곧 올 긴데."

"엄니 오자면 아직 채로 멀었다."

"내 등때기가 빠개질 긴데."

"안 빠개진다."

"내 숨통이 막힐 긴데."

"안 막힌다."

"내 허리가 부러질 긴데."

"안 부러진다."

"내가 죽을 긴데."

"니 자꾸 안달 굴래?"

"다락 속에 있는 거 축내면 엄마가 당장 알 긴데."

"축 안 내고 보기만 한다."

"보기만 해도 엄마가 알 긴데."

"건드리지도 않는다."

"니 죽고 싶나?"

.

.

<아이와 반편의 대화>

"거짓말하면 똥구멍에 털 난다 카던데요."

"똥구멍에 털 나는 거는 걱정 마라. 내가 뽑아 줄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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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2-07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다락 속에 있는 게 곶감인가...? 쿠헐헐...똥구멍 털...깨누만요...

soulkitchen 2004-02-07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고 싶던 책이라도 느낌표!에서 선정됐다면 꺼려지는 건 무슨 심뽈까. 이 책도 그런 걸, 동생네 미술학원의 학모가 선물로 줬대서 좋아라~봤다. 아이가 화자인 소설은, 그 애들이 아무리 영악해도 아니 영악해서 더 짠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이 책을 보는 동안에도 내내 그랬다. 근데 이 부분은 너무 웃겨서, 책이라곤 통 읽지 않는 동생에게 읽어주기까지 했더니, 동생은 후에 내가 심부름만 시키면, 내 다리가 뿌개질 낀데, 내가 죽을 낀데. 그래서 내 복장을 터지게 만들었다.

비로그인 2004-02-07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느낌표'가 책의 기형적인 유통경로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순문학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고 내용도 대부분 '반항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라는 듯한 혐의가 느껴지더만요. 괜챦은 비문학 관련책들은 많이 사장되기도 하고 또 알게 모르게 방송 쪽에 로비를 하는 출판사들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학부모들은 무조건 방송 타면 좋은 책인줄 아는데 좀 의아한 책들도 있었어요. 특히 '가시고기'같은 류는 성공을 위해 모성을 버린다, 라는 극한 상황까지 여성성을 왜곡하던데요. 솔직히 '느낌표'가 국민의 독서량을 늘리는데에 작은 기여를 하긴 했지만 인문학적인 기초토대가 부실한 한국사회에서 방송으로 독서열풍을 부추긴다는 것은 왠지 근본적인 독서풍토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잘 읽기로 소문난 프랑스 사람들도 요새 텔레비전 위에 책 올려놓고 먼지만 쌓아두지 점점 세계적인 추세로는 독서량이 감소하는 현상이란 말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비하면 월등히 높지만 말에요. 그리고 사실 여성작가들의 성장소설엔 반감이 드는 건 사실인데요. 오버, 가 주종을 이룬다는 겁니다. 그 어린 나이에 생에 탐구를 하면 얼마나 한다고 쇠스랑이 발등을 찍던 그 해, 난 모든 인생을 알아버렸다, 라는 투로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전 [흰 뱀을 찾아서]의 작가 - 갑자기 이름을 까먹었네 - 의 작품을 가슴 아릿하면서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유년시절의 기억을 딱 그만한 아이들의 보편적인 정서에 맞추어 썼더라구요.

비로그인 2004-02-07 0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쏠키님, 어서 주무세요. 피곤하실텐데...전 오늘 중요한 일과가 있어요, 이제 자빠집니다. 잘 자여 ~

soulkitchen 2004-02-07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더, 김지하 <모로 누운 돌부처> 중에서

또 공수 형님인가, 판수 형님인가, 키 작달막하고 등 잔뜩 굽고 리젠트 머리에 포마드가 번쩍번쩍, 단벌 흰 와이셔츠 바람에 웬 책 한 권은 노상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웩웩하고 된목에 쇳소리로 맨날 입만 벌리면 그저 똑같은 소리, 하잘 것 없는 동네 아이들 말싸움에 공연히 끼어들어 책을 공중에 냅다 흔들어대며

"민주주의가 말이여, 헌법이 있는디 말이여, 엄연한 삼권분립인디, 국민의 신성한 권리를 갖다가 선거란 것이 있는디, 느그들이 머슬 으째야?"

그래 조무리개들이 그 형님만 보면

"쩌그 헌법 간다야"

"쩌그 민주주의 온다야"


soulkitchen 2004-02-07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성님, 얼른 주무세요. 글고, 흰 뱀을 찾아서 저 책 여기서 찾아보니 품절 됐다는데, 제가 도서관이랑 동네 서점에 있는지 함 가 보구요, 없으면 성님한테 좀 빌릴 텡게 긴장하고 계쇼

비발~* 2004-02-07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쩨법 흥미진진한 대화들을 눈내리는 야심한 밤에 주고 받았구나~ 바로 그런 것이 쫄깃쫄깃 꼬막맛이제~

2004-02-07 0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2-08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포항이라고 이젠 거즘 폐어촌이 된 곳이 있는데요. 그 곳 꼬막칼국수 맛이 죽여줍니다. 꼬막집 앞에 봄바람이 불면 청보리밭이 물결처럼 흔들리고요. 그 뒤론 비릿하고 누런 바닷물이 간질간질 밀려오는데 지금은 새만금 때문에 새꼬막 다 죽었네요. 사람들도 많이 떠났고요. 근데...크하하하...쩌그 민주주의 온다야...에겨겨겨...그 얼라들 참, 무쉰 쪼글쪼글 노인네들 마냥 귀엽고만요. 근데 쏠키님, 오늘 '태극기...'잘 보셨남요? 사람들 다 재밌다고 하더만 전 왜 '삘'이 안 오죠?

soulkitchen 2004-02-08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겨울꼬막 맛이시..염상구가 그랬던가...좌우당간, 그 말이 왤케 야시럽게 들리던지..아, 복돌성, 꼬막칼국수 정말 맛나겠어요. 저는 밖으로 잘 나댕기지도 않고, 여럿이 하는 술자리 같은 것도, 밖에서 음식 사 먹는 것도 거의 안 해봐서 어디 음식 좋은 집, 술맛 좋은 집, 분위기 좋은 집 그런 거 잘 모르는데...이야기만 들어도 좋아라우. 우리 사투리 진짜 좋아요. 갱상도고 전라도고, 최근에 이문구때문에 충청도 사투리도 또 좋아하게 생겼네..특히 쪼끄만 것들이 능청스레 사투리 쓰는 거 보믄 이뻐 죽겠어요.

2004-02-09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