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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체성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
탁석산 지음 / 책세상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의 정체성>을 읽고 나름대로 부피에 비해 상당히 생각의 여지를 많이 남겨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한국의 주체성>도 기대를 좀 했다. 책을 사서 보다가는 파산하기 딱 좋은 정도의 돈을 벌 뿐인 나는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보곤 하는데 이 책은 단번에 사기로 결정했을 정도. 그러나, 동일 저자의 시리즈물 같은 책이라고 하기에 이 책은 함량이 너무 떨어진다. 같은 책 안에서 지은이는 주장이 앞뒤가 안맞기 일쑤다.
다른 철학자들의 글을 인용하면서 '순진한 주장''뭘 모르고 한 말' 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곤 했는데, 지은이의 주장 역시 상당수가 순진한 주장이거나 뭘 모르고 한 말이라고 본다. 특히 조곤조곤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던 지은이의 주장은 '한국의 핵무장 왜 안되나?''영어교사들 해외연수시켜야' 이 두가지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갈팡질팡이다.
지은이는 한국이 강대국이 될 확률이 전혀 없으며, 국가 경제나 정치 등 여러기반 자체가 그를 근거한다고 했다. 약소국임을 인정하자고. (이 말은 거의 100% 동의한다) 그리고 약소국으로서 주체성을 가지기 위해 핵무장을 하자고한다. 그러면서 여러번 나오는 말이 '왜 미국이 핵을 가지면 문제가 안되고 우리가 핵을 가지면 동북아 평화에 위협이 되니까 안된다고 하나?' 라는.
그러나 사람들이 핵을 두려워하는 것은 평화 위협 어쩌구 하는 것 때문이 아니다. 핵폭탄에 대해서 옛날 나가사키 히로시마 원폭 수준을 떠올려선 안된다. 핵은 이제 모든걸 없앨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두려움을 알기 때문에 이미 보유한 나라들도 (혼자 없애기엔 좀 그러니까) 협정을 통해 줄여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은이가 착각하고 있는 부분. 한국의 경제적으로도 핵을 개발할 여력이 없으며,개발한다해도 그것을 안전하게 유지 관리할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있지 않다. 핵무장을 하자는 지은이의 주장은 그야말로 '순진한' 주장이다.
영어교사 해외연수도 마찬가지다. 지은이 영어교사들을 단계적으로 1년이상 해외연수를 시키면 영어 문제가 나아질거라고 하지만, 그것또한 주체성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영어 연수가 영어 실력 향상과는 별로 상관없다함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이 책은, 지은이가 방법론으로 제시한 수단들이 모두 삐딱선을 탐으로서 책 전체가 설득력을 잃고 있다. <한국의 정체성>을 읽고서 읽어보길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사서보진 말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