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여느 가장들이 벌어오는 만큼의 돈을 벌게 되자마자였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시겠다며 시골로 내려가셨다. 설마 정말로 가시다니! 하면서 어이없어 했던 가족들은 1년이 넘도록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달이 가고 제철 마다 농산물이 서울의 집으로 도착하기 시작했다. 고구마,오이,쌀...나는 비로소 모든 작물의 정확한 제철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농약 야채들이 얼마나 못생겼는지도. 평생 도시에서 살아온터라 농업에 관심이 생기긴 했지만 약간의 정보라도 얻으려면 너무나 어려웠다. 그렇다고 서점의 '농기계 다루는 법' 이런 코너에 있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다 어느날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의 매력은, 농업에 대한 방법론적인 책임에도 불구하고(사진이 충실한, 일종의 매뉴얼 같다) 흥미진진하다는 점이다. 농업에 전혀 문외한인 도시내기인 내게도 책 한장의 글과 사진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물론 100% 이해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말이다. 귀농이다 뭐다 해서 사회 분위기가 아주 조금은 농업을 돌아보는 흐름이 생기기도 한 것 같다. 언젠가 나는 땅으로 돌아가리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면 한번 들춰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