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집, 이슬람은 어떻게 유럽 문명을 바꾸었는가 - 9세기 바그다드의 지식혁명
조너선 라이언스 지음, 김한영 옮김 / 책과함께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을 떠올려보았다. 여전히 기억나는 몇 가지의 이야기라면, 그것은 바로 중국과 유럽 중심의 역사이다. 중국의 통사를 비롯하여, 중세유럽과 르네상스, 그리고 산업혁명 등의 일련의 과정들은 흐릿해졌지만, 어느 정도 맥을 잡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만난 이슬람의 역사는 , 찬란하고 역동적으로 꽃피웠던 한 시대를 우리는 얼마나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것일까? 이미 알고 있다. 우리의 시각이 철저하게 서구지향적, 서구중심적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러한 시각을 인정한다고 해도, 편협되게, 왜곡된 다른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지혜의 집, 이슬람은 어떻게 유럽 문명을 바꾸었는가>를 읽으면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문화, 정치, 경제, 사회에 하나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한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기존 역사인식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가장 흥미롭게 읽은 점은 '아바스 왕조'의 칼리프들에 의해 이슬람 문화에 꽃피던 지적 탐구의 역동성이었다. 지적 호기심과 지식 추구의 과정, 즉 '9세기 바그다드의 지식혁명'이란 부제에서 느껴지듯, 의학, 철학, 수학, 지리학, 천문학 등을 망라하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지식 혁명이 절로 온몸을 들썩거리게 하였다. 또한 그것은 마치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 정조와 규장각 검서관들의 모습으로 절로 그려지면서 온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또한 그것은 우리의 삼국, 신라, 고려의 역사로까지 확대되었다. 방대한 지식이 충적되던 시기, 우리 땅을 밟았다던 아라비아 상인의 모습이 바로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듯했다. 나만의 상상력이 자극을 받느라 나의 뇌세포들은 아주 분주했던 시간이었다.

 

물론 쉽지많은 않은 이야기임엔 분명하였다. 사전 지식이 전무한 가운데, 하나의 흐름으로 일관되기 보다는 시간을 수시로 오가는 느낌이라 처음에 이야기의 맥을 잡기가 힘들었다. 또한 이 책을 읽는 나의 태도는 '과연 이 책은 인문서일까?'하는 까닭 모를 의구심이 수시로 샘솟았다. '배스의 애덜라드'라는 영국인이 등장하는데 그가 지식, 지혜를 찾아 동방으로 떠났다는 사실에 국한하여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수시로 등장하는데, 어느 순간 마치 밑밥을 던져온 것처럼 자꾸만 호기심을 자극하여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그로 인해 이슬람이 어떻게 유럽 문명을 바꾸었을지, 핵심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많은 갈등들이 떠올라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기도 하였다. 지금의 우리의 현상황이 빗대지기도 하였다. 그만큼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갖고 있는 문제점, 우물안 개구리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현주소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과연 나는 그들처럼 기존에 알지 못했던 세계, 다른 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갖고 있는가? 아직 마음을 열지 못하고 외면했던 문화와 역사를 만나고 나니, 절로 느껴지는 것, 생각할 것들이 많아지기도 하였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역동성, 기대 이상의 에너지는 고스란히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설레고 흥미진진했다. 기존에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 '지식의 팽창' 과정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신선한 충격 그 이상이었다. 시공을 초월하여 신나는 시간 여행을 다녀온 기분에 들뜨기도 했지만, 두발로 걷고 또 걸으며 온세계를 누볐던 많은 이들의 열정과 그 열린 마음이 무한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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