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을 때는 느긋하게 읽어야지, 조급하게 건성으로 읽지 마십시오. 책에 읽히지 말고 책을 읽으라는 뜻입니다. 아직 활자로 나타나지 않은 여백까지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말은 언젠가 법정 스님의 글을 읽다가 느끼는 바가 커 옮겨 적어 책장 앞에 붙여 둔 것이다. 하지만 책을 꺼내면서, ‘멈칫’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그저 읽기에 바쁜 습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책을 접하면서 그저 시간을 때우기에 급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그만큼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란 제목이 눈에 띄었다.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다. 아니, 그 보다 소설책 한 권을 3년간 읽었다는 것 자체에 의구심이 들었다. 과연 3년 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은 무엇일까?

 

그러고 보니, 올해 나는 <토지>를 읽었다. 1년 안에 읽고 말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어느 정도 단기적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저 읽기에 급급했다는 아쉬움은 성취감보다 더 크다. 돌이켜 보면 ‘과연 제대로 읽은 것인가?’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면서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앞으로 몇 번을 읽더라고 나는 늘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듯, 미처 보지 못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천천히 깊이 있게, 느긋하게 읽는다는 것은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아직까지 시도해 보지 않은 그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을 나 역시 만끽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그냥 지나친다. 이야기의 흐름상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는 태만이 단어가 막히고 이해가 부족하더라고 우습게 넘겨버린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점에서 나의 책 읽는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책을 읽어도 남는 것인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결코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몇 년이 지난 뒤, 많은 것을 잊어버렸을 때도 또렷이 떠오르는 경험. 내 안에 살고 있고, 언제든 응용할 수 있으며, 세상을 보는 틀이 되어 주는 책 한 권.’(42)이 과연 존재하는가? 그 물음에 답을 할 수 없다면, 분명 천천히 깊게 읽는 방법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아니 책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천천히 깊이 읽어보라고!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해본다. 지금껏 나는 대체로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호해왔다는 것이다. 조금만 어려워도 읽기를 거부하면서 책 읽기를 즐긴다고 떠벌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인문 분야에 도전을 한 적도 있고, 어려운 고전을 읽으려고 애를 썼지만 한 순간 뿐이었다. 이젠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 한 권의 책을 탐독하고 또 탐독하기. 미독하면서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을 몸소 체험하기! 나 역시 나만의 『은수저』를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책을 펼쳐야 할까? 책장을 한 번 둘러본다. 어렵다고 내팽겨 둔 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을 한 번 골라야겠다. 먼지가 자욱하게 쌓인『죄와벌』이 활짝 웃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