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의 땅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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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정래’의 작품들을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이 시간들이 무척 감사한 일이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전체적인 흐름은 일관되니, 어찌 보면, 새로울 것이 없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탐하고, 그 속의 깊은 울림에 감동하고, 자신을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번 <유형의 땅>에서는 ‘냉정하게 되짚어보라, 우리는 제대로 걷고 있는가?’란 화두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속적 성공에 여전히 휘둘리고 있는 우리, 과연 우리는 무엇을 쫓고 있는 것인가? 그러면서, 흔들림 없이 사람됨의 온당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되묻고 또 묻게 된다. 솔직히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무엇을 위해 그리 맹렬하게 질주해야 하는 것일까?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가족, 친구들은 물론이고, 자신조차 돌보지 않고 외면하면서 맹목적으로 앞을 향해 내달린 삶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번에 개정된 <유형의 땅>에는 79년에서 81년에 발표되었던 8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 과거의 시간은 여전히 오늘에 이르고 있었다. 특히 『장님 외줄타기』가 그러했다.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진 이야기라 더욱 뇌리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알뜰했던 엄마의 변화, 그리고 엄마의 자살을 통해 드러난 갑작스런 삶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아이의 심리가 마음을 죄어왔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나 역시 아이의 마음에 동화되면서도 의젓한 아이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고나 할까?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타박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을 벌면서 견디는 그 눈물겨움에서 쓰디쓴 인내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고나 할까?

또한『길이 다른 강』이란 이야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돈에 지배를 당하고 그 지배 속에서 어떤 다른 삶의 전형이 있을 수 있을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가진 자의 오만과 그 병폐, 그리고 이를 앙 물고 다졌던 삶의 질박함이 극명하게 대조를 그리면서 세속적 욕망의 양면을 볼 수 있었다. 돈의 속박에서 분명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허영에 부풀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삶에 박수를 보내면서, 나 역시 나의 꿈, 어떠한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매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처절한 이야기였다. 이야기 속 다양한 인물들이 쫓고자 했던 것은 특별한 무엇도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쫓고 있는 그 무엇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욕망에 그저 집착할 경우의 그 잔인함에 무섬증이 일어난다. 성공? 과연 내가 이루고자 하는 성공적인 삶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그러면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시간들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그 시간들의 나의 모습을 끊임없이 자각하면서, 그저 이기적인 욕망에 길들여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선한 마음이 한 가득 차올라, 오늘과 내일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오르는 긍정의 에너지가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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