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 - 화훼영모.사군자화, 2013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1
백인산 지음 / 다섯수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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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후기 말머리에 ‘많은 사람이 우리 옛 그림을 낯설고 어려워합니다.’라고 말한다. 나 역시 예외일 수 없는 많은 사람일 뿐이다. 처음 예술 분야의 책을 접하게 된 것도 서구의 명화들이었고, 전시회를 찾은 것도 대개는 그러한 그림들이었다. 여전히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서구 미술 쪽에 비중이 큰 것 같다. 스스로 찾아보지 않으면, 왠지 낯선 분야가 아닌가? 그렇기에 이번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시리즈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눈에는 익숙하지만 뭔가 허한 갈증을 느끼게 된 후, 조금씩 우리 옛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 역시 우리 옛 그림에 관한 책에 조금씩 열광하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많은 것을 어렵고 생소하지만, 몸으로 더 가깝게 느끼며 더 큰 감흥을 갖게 된다. 깊은 여운으로 마음속에 깊은 울림은 전해주는 우리의 옛 그림을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선비의 향기, 그림으로 만나다>를 읽으면서도 여전히 어려운 용어와 그림의 구도들로 힘들었다. 그림의 의미 역시 이해하고 있는가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림은 이해 이전에 전해지는 개개인의 감흥이라지 않는가? ‘화훼영모, 사군자화’를 중심으로 여러 그림들을 만나고, 그림과 저자 그리고 시대상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대부분의 그림이 조선, 그리고 중후기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 그림들을 통해 역사의 흐림을 읽게 되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매화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그림들은 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 개인의 생각이 그 시대, 사회의 흐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 그 한계가 고스란히 그림 속에 살아있다는 점이 그동안에 느껴보지 못했던 그림 속 이야기였다.

 

특히 다른 그 어떤 그림보다는 정약용의 <매화병제도>와 남계우의 <군접도>가 기억에 남는다. ‘남나비’란 별칭으로 불린 정도로 나비 그림을 잘 그렸던 남계우의 <군접도>는 눈으로도 화려함, 호사스러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요즈음의 고성능의 카메라로 찍은 듯한 정교함과 색채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린데 저자는 ‘감각적이고 호사스러운 장식성을 중시했음을 보여 준다. 당시 조선 사회는 이 그림처럼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면은 생기를 잃은 채 박제처럼 굳어 가고 있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내면은 생기를 잃은 채 박제처럼!? 그런데 과연 조선 사회만의 단면일까? 그것은 바로 앞 편의 ‘정약용’의 <매화병제도>과 뚜렷하게 대조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내가 유배지로 보내준 낡고 바랜 치마로 서첩을 만들어 아들에게 주고, 남은 천을 시집가는 딸을 위해 사용했다는 사연이 담긴 <매화병제도>, 낡고 바랜 어미의 치마에 아비의 애틋함을 담아낸 그 정성이 화려함을 쫓으며 물질만능, 소비만능주의의 우리에게 일침이 되는 것 같다. 화려함의 박제된 삶이냐? 조금은 부족하지만 소박한 정감의 삶이냐?라는 화두가 그림 속에서 되살아났다.

 

우리 것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갈증을 풀어 주는 일에 소홀했음을 반성하겠다는 저자, 그러면서 그가 풀어낸 우리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은 내내 즐거웠다. 앞으로 이어질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의 시리즈를 손꼽아 기다리며 우리 옛 그림에 대한 많은 책을 쉽게 접하며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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