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8 - 2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8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 7권>의 숨고르기 이후, 조금은 느긋해졌다. 하지만 다시금 펼쳐든 토지는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며 나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감탄의 연속이다. 이 장마 속 습한 기분은 단숨에 날려버리는 <토지>속 이야기! 다시금 속도를 내볼까 한다.

 

토지 8권(2부 4권)에서 주목한 이야기는 바로 환과 월선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여한이 없는 사랑, 월선’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애끓는다고 할까?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순간 월선의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는 심정으로 용과 월선이 이야기에 압도당했다. 지고지순한 사랑, 순애보에 감동한 것일까? 흔들리는 마음의 언저리를 어떻게 설명하고 납득할 수 있을지 왜 나는 주르르 눈물을 흘리며 눈물범벅이 되어야하는지 그 마음을 헤아리려 머리를 굴려보지만, 끓어오르는 슬픔에 속수무책이었다. 임이네와의 극한의 대조로 월선의 한없는 사랑, 그 희생은 지금의 우리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는 듯하다. 예전에는 임이네의 굴곡진 삶의 애환과 그 끈질긴 생명력에 압도당했었다. 하지만 탐욕과 질투에 눈 먼 임이네의 행동은 아귀 그 자체였고, 그에 반해 그 모든 고통을 스스로 감내하는 월선의 눈물겨운 사투는 잔잔한 여운으로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면서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월선의 무한한 사랑의 힘을 외면하며, 내 안의 임이네의 본성이 크게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섬증이 일었다. 삶의 부대낌, 그 기나긴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삶의 무게가 또한 철저하게 생의 이유임을 월선을 통해 깨닫게 된다.

 

‘김환’의 이야기는 여러 등장인물처럼 나 역시 좀처럼 쉽게 이해되지도 다가가 지지도 않는다. 출생의 비밀, 길상과 서희에게 그 비밀이 공개되었다. 하지만 그것에서 그치고 있다. 극적인 단 한 번의 재회, 하지만 환(구천)과 서희의 이야기는 이제 다시금 시작한 것! 그들의 화해와 이해가 어떻게 풀어지지 팽팽한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게 된다.

또한 김두수와 금녀와 다른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가 이제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느낌이다. 길상이 하얼빈으로 떠난 후의 이야기는 바로 역사 교과서 밖 생생한 독립 운동의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요즘의 한일 관계, 일본의 우경화 등등의 뉴스를 접하다 보면 더욱더 지난 역사의 현장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최근 드라마 한 편을 마음 조리며 보고 있는데 <토지>속 독립 운동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다. 또한 가족을 등지며 끈질긴 독립 투쟁의 이야기 속, 그들의 고초와 고뇌를 엿보다보면, 그들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이 피부로 와 닿고, 그만큼 그 값진 희생과 그 숭고한 정신에 절로 숙연해진다. 그 어떤 교과서보다 지난 역사를 생생하게 피부로 느끼게 된다.

 

토지 8권(2부 4권), 지금까지의 용정에서의 생활을 매듭짓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 실타래가 풀어지기 시작하였다. 시간을 훌쩍 흘렀고, 그들 나름의 결단으로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서희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길상은 하얼빈으로 떠났다. 김두수와 길상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 강점기의 치열함을 보게 될 듯하다. 그리고 조준구에 대한 복수의 결말이 확인하게 될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용팔이과 용이 그리고 홍이와 두메의 이야기, 또한 기화(봉선)의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지질 조바심이 난다. 석이에 이어 두메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9권을 아직 펼치지 못했다. 어떤 이야기로 눈길을 사로잡을지 날로 기대만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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