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7 - 2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7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 6권(2부 2권)의 이야기를 아주 신나게 읽었다. 그렇기에 7권(2부 3권)으로 이어지는 뒷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냉큼 펼쳐들었다. 7권은 ‘환’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봉순과 혜관스님의 용정으로의 여정, 그리고 드디어 서희, 길상과 봉순이 한 자리에서 해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간의 그리움을 토해낼 수 없는 처지에서 오는 애잔함에 온몸이 뭉클했다. 그리움을 삼킬 수밖에 없는 마음들 속에 그들의 얽히고설키는 애증이 담백하게 그려져 눈을 뗄 수 없었다.

 

다시금 진주에서 서울, 용정, 하얼빈 그리고 다시 서울로 이야기의 무대가 이동한다. 서희,길상, 그리고 봉순의 해후 이외에도, 용정을 중심으로 그간의 등장인물들이 한데로 모이고 있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서로 무심히 스쳤을 인연의 고리가, 흩여졌던 인연들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는 와중에 단연 으뜸은 강 포수와 아들(두메)의 등장이었다. 어미의 기질을 타고난 듯 묘사되었지만 총명하게 그려지는 두메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두메와 서희의 악연의 고리가 어떤 이야기로 풀어질지 호기심을 갖게 된다.

 

많은 등장인물들, 그들 나름의 고통을 토로하는 시간이었다. 저마다의 가슴 시린 사연들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서희와 길상은 고독한 부부를 자처하고, 길상에 대한 증오에서 시작된 송애는 더할 수 없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버렸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 마디로 ‘고생을 낙으로 삼고 살아야지’(246)라는 말로 정리가 되었다. ‘고생을 낙으로 삼는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하룬들 어떻게 부지할 수 있겠냐는 이야기에 마음속 어떤 응어리들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후련함만큼이나 큰 위로가 되었다.

또한 윤이병의 무참한 최후를 통해 김두수의 악행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김두수, 거복과 서희의 끈질긴 악연은 어떤 이야기로 전개 될지 조바심을 치게 되지만, 길상과 거복의 만남에서 이야기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서희가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는 그저 바람결처럼 귓가를 스쳐 지났다. 그런데 드디어 웅크리고 있던 서희가 발돋움을 시작하였다. 공 노인을 위시하여 조준구를 향한 복수의 서막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의 숨고르기 시간, 그리곤 더 신나는 질주가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다.

 

7권은 여러 공간을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시간의 공백으로 많은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채웠다.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저 조금 실타래를 풀어놓은 정도, 박진감 넘치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압도했던 이야기는 다소 낮은 어조의 읆조림처럼 차분하게 다가온다. 많은 이야기가 그저 고개를 살짝 들었을 뿐. 아무래도 7권은 태풍의 눈인 듯하다. 바로 격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잠시나마 고요할 수 있는 시간! 하지만 온갖 운명의 거센 회오리바람이 바로 기척에서 울리고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짜릿함에 전율한다. 8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지 기대와 호기심은 더욱 고조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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