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3 - 1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3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권, 최치수의 살인 사건이 발각되고, 모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3권으로 이어진다. 이미 급물살을 타듯, 이야기에 휩쓸린 나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2주간의 시간을 기다리며 더딘 시간을, 3권의 책을 모두 빌려간 남모를 이에게 혼자 투덜거렸다. 드디어 손에 쥔 3권의 이야기는 ‘살인자의 아들들, 돌아온 임이네’ 그리고 ‘용이의 변신’이 특히나 눈에 들어왔다.

 

‘평사리’를 중심으로 한 공간적 한계 속에서 많은 이들, 특히 그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소작인들의 이야기가 구구절절 가슴에 깊이 파고들었다. 특히 이번에는 귀녀를 사랑한 강포수의 이야기와 살인자의 연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평산의 아들, 한복과 칠성의 아내 임이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이야기가 평사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상, 마을에서 떠밀린 것 자체가 어쩌면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한 극한의 상황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수많은 돌팔매질에도 결국 평사리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가 안타까우면서도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마음이 빼앗겼다. 처절하도록 주어진 삶의 본능에 충실했던 임이네의 이야기와 다시 돌아온 월선과 용이의 이야기는 여전히 나의 관심 대상이었다. 또한 역병과 흉년에도 살아남아 돌아온 한복이 마지막엔 용이의 주선으로 이젠 월선이의 집에 머물게 될 것 같은데, 가엾은 한복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풀릴지 사뭇 궁금해진다. 특히 어머니에 대한 효심, 그리고 어머니의 장사를 지내준 사람들을 잊지 않겠다는 한복의 마음이 수많은 이야기, 생에 대한 아전투구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한다.

 

3권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이야기는 바로 역병과 흉년으로 인한 수많은 죽음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갑작스런 ‘윤씨 부인’의 죽음이었다. 그의 죽음이 기정사실임에도 역병으로 인한 갑작스런 죽음, 수많은 죽음 속에 그저 아무런 소요도, 소동도 없이 묻혀버린 듯, 강청댁의 죽음보다도 더욱 담담하게 그려진 것이 아쉬움을 크게 하였다. 그럼에도 그 죽음을 둘러싼 후폭풍이 흥미진진하게 더욱 배가되었다. 서희와 조준구, 홍씨의 힘 겨루기가 서서히 막을 올린 가운데, 그 틈 속에서 힘이 될 충실한 이(김서방, 봉순네)마저 모두 잃은 서희의 안타까움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힘이 없음에도 혼자서 분투하는 수동이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죽음을 둘러싸고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 때론 눈시울을 붉히며 애잔한 이야기가 3권의 전체적인 나의 느낌이다. 이제 토지의 진짜 이야기, 서희의 이야기가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지 않을까? 재산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가 어떤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줄다리기를 하게 될지, 또한 죽음의 한바탕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가 전개될지 끝없는 호기심이 샘솟는다. 다음 4권은 ‘정이 지나쳐도 미치는가’로 시작하는데 누구의 이야기일지 시작부터 들썩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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