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찬바람이 불던 지난 겨울, 평사리를 다녀왔었다. 소설 <토지>를 읽지 않은 채, 대략적인 내용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지만,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평사리의 푸르름은 온데간데 없이 겨울의 스산함만 가득하고  최 참판댁의 모습은 그저 드라마 세트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저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 감흥없이, 그렇게 찬바람 속 적막함을 느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적막함 속 무엇이 가슴에 깊이 파고들었던 것인지 <토지>를 펼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미 나는 토지에 빠져들어 헤어날 길이 잃었다. 

 

드라마 속 몇 장면이 어떤 중요한 역사적 사건처럼 잊히지 않고 불시에 이미지는 되살아난다. 그 드라마 속 이미지와 따사로운 햇볕 속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던 겨울, 평사리, 최참판댁으로의 짧은 여행이 내 머릿속 깊이 각인되었나 보다. 기존의 이미지와 소설 속 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졌다. 눈에 익혀둔 최참판댁의 풍경이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나면서 금세 홀딱 빠져버렸다. 왜 사람들이 <토지>하는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토지>의 마력에 휩쓸려버렸다. 허구 속 이야기는 이젠 더 이상 허구가 아니었다. 우리 안에 진실로, 사실로써 실재가 돼버린 듯하다.

 

기나긴 <토지>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되었다. 겨우 이야기의 서막을 열었을 뿐임에도 그 기대감에 들떴다. 앞으로의 여정이 꽤나 벅차지만, 그 기대와 흥분을 어쩔 수가 없다. 구천와 별당아씨의 이야기, 윤씨부인과 최치수, 그리고 서희, 봉순이와 길상이를 비롯한 많은 마을 사람들, 최참판댁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꾸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구구절절 어떤 이야기를 토해낼지, 앞으로 어떤 사건이 펼쳐질지 온몸이 들썩거렸다.

 

<토지 1부 1권>에서는 특히 용이와 월선이, 그리고 강청댁의 이야기가 별스럽게 가장 흥미로웠다. 이들의 애끓는 사랑이 어떤 전개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이제 2권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어떤 궁금증과 호기심을 키울지, ‘살인 교사’, ‘분노의 추적’, ‘사람 사냥’ 등의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략적인 이야기를 알기에 가슴은 더욱 두근거리고, 그저 두려움 속에서도 결코 눈을 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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