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점거사건
이은 지음 / 고즈넉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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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 하나만으로도 호기심을 물씬 자극하는 책 <미술관점거사건>이었다. 어떤 소재의 내용일지, 섣불리 제목만으로 상상했던 우를 범하면서 이야기는 기대 이상으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였다. 예상하지 못한 ‘약탈 문화재 환수’문제를 이야기에 걸쭉하게 버무리고 있어 무척 강렬했다. 미술계의 여러 논란을 이야기 속에 녹여냈던 <수상한 미술관>에 이어, <미술관 점거사건>을 통해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한 일침을 우리 스스로 다시금 환기하고 심사숙고해 마땅한 것이었다. 작가가 던졌던 질문을 다시금 되돌아본다. 분명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났는데, ‘문화재’에 대해 그가 던진 화두는 결코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다며 등한시할 문제는 분명 아닌 것이다.

 

일단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면, 미술관을 점거한 깡패 무리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동시에 일사분란하게 대학생들이 미술관을 점거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려진다. 과연 미술관 점거 사건의 실체와 그 이후에 어떤 사건들이 전개될지 궁금증이 휘몰아친다.

그 상황 속에서 홀딱 빠져 들다보면, 마음만은 분주해진다. 조직폭력단의 점거 이유야 초반엔 알 수도 없고, 그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뻔히 예상되는 그 무엇이 있으리라 짐작하니, 관심은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점거한 ‘서울 아트 인스티튜트’ 학생들의 점거 이유에 마음이 쏠렸고, 그것은 이내 가슴을 뒤흔들어 놓았다.

물론 소설 속 허구임을 알면서도 실제 상황인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전대미문의 한 사건을 두고 벌이는 정치, 사회, 문화적 추이가 현실처럼 이야기는 오롯이 살아있고, 박진감이 넘쳤다. 실제인 듯 자꾸만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다가 작품을 두고 벌이는 사건의 양상에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고, 여러 설전에 귀를 기울이지만 마음은 답답해진다. 허구임을 스스로 끊임없이 상기함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마음속이 복잡해지고 머리가 실타래 엉키듯 복잡해졌다.

 

<수상한 미술관>에 이어 이번에도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미술관 점거사건>의 전개에 대해서 여러 독자들이 직접 확인할 일이라며 입을 닫고자 한다. 다만 미술관을 점거한 기막힌 사건들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그래서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문화재’의 가치, 그리고 우리의 관심이었다. 오늘 뉴스에 따르면, 숭례문의 복원이 75%에 이르렀다고 한다. 12월이면 완성하게 될 것이라는데, 다시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였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숭례문은 화마에 휩쓸렸다. 그것이 진정 화마였는지 우리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이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세 집단 ‘그림을 지키려는 미술관 사람들, 그림을 불태우려는 대학생들, 그림을 부숴버리려는 조폭’들의 역학 관계와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벌어진 2박 3일간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다. 너무도 생생하도록 실감나면서, 실제 일어난 어떤 사건처럼 모든 것이 분주하게 그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 ‘이은’이란 작가가 처음은 아니라, 어떤 반전에 숨어있으리란 추측도 가능했다. 가슴 속이 시원하도록 마음을 뻥 뚫어줄, 가슴을 두방망이질치게 할, 기막힌 반전을 기대하면서 나름 추리소설 속 탐정 놀이에 빠졌다. 이야기에 작가가 숨겨둔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퍼즐을 완성하듯,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를 오롯이 만끽할 수 있었다.

 

분명 유쾌한 추리소설을 읽었음에도 그 이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현실이 아닌 소설의 허수 속에서만 그려질 이야기일지언정, 마음을 풋풋하게 적시며 감동 그 이상의 감동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가슴 속을 치고 올라오는 그 무엇이 있었다. 물론 일순간이 타버리고 마는 ‘촌스러운 애국심’에 휩쓸렸지만, 바로 우리 곁의 문화재들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다시금 곰곰이 따져볼 수 있는 유쾌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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