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 저항하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121) 

 

 

처음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 제목만으로도 인상적이었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호기심은 말초신경부터 날카롭게 자극을 받는다. 우리에게 처음으로 소개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작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크레이그 실비(Craig Silvey)!’, 과연 그가 풀어낼 이야기가  무엇일지, ’낯설다’는 그 자체로도 신성함을 기대하게 한다. 



소설가 ’장정일’이 평한 ’나와 타자를 구별 짓는 인간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어떤 이야기로 풀며 화두를 던질지, 어떤 충격과 참신함으로 다가올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펼쳤다. 어두운 밤 한 모범생 소년 ’찰리’가 창문을 통해 몰래 집을 빠져나간다. 그곳엔 온 동네, 탄광마을 ’코리건’이 ’문제아’로 낙인 찍은 ’재스퍼 존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 한 밤 중에 벌어진 충격적 사건 속에서 나는 어느 쪽에 서야할 지 혼란스러웠다. 과연 옳은 일이란, 정의, 우정이란 무엇인지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또한 깊은 밤,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 쉼없이 치는 천둥번개가 더욱 오싹하게 만들며, 책 속에 갇혀버렸다.

 

 

 

무엇인가 크게 어긋났다. 거부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린 그 시점에서 완벽하게 비틀어졌다. 과연 이 소설의 정체는 무엇일까? ’찰리’와 ’재스퍼 존스’의 관계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떠올리게도 하고, 찰리와 베트남 출신의 절친 ’제르피 루’의 관계를 보면 마냥 십대 소년의 풋풋함과 유쾌함 그 자체인 성장 소설처럼 느껴지는데. 하지만 한 소녀의 실종, 살인사건이 갖는 무게는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무시무시하고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사건들이 전개될지 강한 흡입력으로 다른 것들엔 온통 무감각하게, 모든 신경을 차단해버렸다. 재스퍼 존스! 과연 그는 누구인가? 왜 그가 문제인 것일까? 마을 전체가 갖고 있는 공공의 편견과 거짓 속에서 어떤 진실과 정의를 말하고 싶은 것일까? 부조리한 인간 내면을 파헤치며, 그 속에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도대체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채, 잡담이나 늘어놓고 있다니, 찰리에게 감정이입이 지나쳐, 오히려 더 초조하고 불안하였다. 그렇게 한 사건이 던져놓은 밑밥에 호기심, 두려움에 손끝이 찌릿찌릿,  마지막을 먼저 확인하고 싶은 유혹과 싸우며 정신없이 책장을 넘겼다.  또한,  시시껄렁한 농담에도 자지러지게 웃는 소년들의 모습, 비밀의 화원마냥 그들만의 공간 속에서 우정을 키워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꼭꼭 숨어있던 유년의 추억들을 불러일으켰다. 



 

장정일은 호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속에 미국화를 지적하였지만,  내겐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는 여름 풍경과 뒤뜰의 캥거루가 주는 생소함이 ’오스트레일리아’만의 풍경으로 크게 다가와 무척 흥미로웠다. 



 

1960년대 말을 배경으로 ’전쟁과 실업’의 문제, 그 속 집단적 분노가 표출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단지 원주민과의 혼혈아, 베트남인이라는 다름의 차이가 꼬리표가 되어 멸시와 핍박의 대상이 되고 침묵과 왜곡이라는 ’위선의 가면’을 쓴 세상, 어른들에 대해 찰리는 끊임없이 반문하고 조금씩 해답을 찾아나간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는 사춘기, 십대의 격렬하고 처절한 아우성이다. 세상 밖으로 걸어나올 때,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에 눈을 뜨고 진실과 대면할 용기란 결국 ’정직함’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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