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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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의 작가 김별아! 그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끈다. 최근 그녀의 신간 <채홍>의 소식을 듣고 나니,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펼쳤다.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중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허구적 인물 ‘하윤식’을 필두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역사적 사실성의 억압, 도덕적 이상주의의 강요에서 벗어나 훨씬 자유롭게 그려낸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진정성이 있었다.

 

우리는 항상 ‘독립’에 초점을 맞추어 지난 일제 식민지를 바라보게 된다. 어쩔 수 없는 필연임을 알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모든 이에게 과연 ‘독립’은 지상최대의 과제이자 유일무이한 삶의 당위성이었을까? 그 이외의 삶, 분명히 살았을 이면의 삶을 지금껏 바라보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독립투사처럼 그 시대를 살았을까? 나는 어느 곳에서 내 삶의 몫을 살아냈을까? 말뿐인 말을 하기는 아주 싶다. 그저 무책임하게 다른 이를 비난하는 것 역시 손쉽다. 당장의 나의 현실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분명 그들의 삶을 ‘지금이야’ 나라를 팔아먹은 졸부, 콩가루 집안이라며 쉽게 손가락질할 수 있을지라도, 주어진 삶의 본능에 충실하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낸 인물들의 모습은 그간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하면서 몰입하게 만들었다.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의 삶, 보통의 우리들의 삶은 그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가미가제 독고다이>다. 역사적 상황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손아귀에 쥐고 뒤흔드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은 어떤 모순과 어떤 희극을 낳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톡톡 터지는, 결코 유쾌할 수만은 없는 웃음 속에! 그렇게 지금껏 외면했던 뭍사람들, 흔히들 민초라 불리는 이들의 삶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그네들의 삶의 내밀한 속살은 암울한 식민지의 모습을 오히려 아무런 여과 장치도 없이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비위가 상하는데 외면할 수 없고, 두 눈에 들어와 박혀버린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속물이라는 것이다. 한 해, 한 해가 갈수록 나는 더욱더 이기적이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좌절하기보다는 그저 그렇게 현실에 충실(?) 하고픈 욕망으로 들끓고 있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결코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현실이란 높은 벽에 속수무책, 웅크리며 조바심치면서, 결코 ‘쿨~’하지도 못하면서! 소시민적 삶의 냉소에 길들여진 탓일까? 뭐~ 대단한 것을 꿈꾸기보다는 하루하루가 치열한 현실에서 작은 행복에 자족하는 것조차 씁쓸한 뭔가가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바로 지금, 이곳이 왠지 모르게 <가미가제 독고다이>에 투영되는 것은 왜일까? 지난 식민지적 상황에서 한 개인의 그렇고 그런 삶을 엿보았는데 비극적인 시대극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오늘이었다. 그렇다면, 내일의 꿈은 말 그대로 꿈속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암울한 비극 속에서도 ‘No'라고 외치게 된다.

 

비극적 상황 속, 희극은 진저리쳐지도록 비극이었다. 헛웃음, 실소의 혀끝은 씁쓸하니, 쓰디 쓸 뿐이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내뱉을 수도 없어 입안에서 맴도는. 그럼에도 무심하게, 심드렁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자꾸만 구미를 당겼다. 아리고 쓰린데 한 번 쥔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끝없이 비극으로 치닫고 있는 결말 속에서 뭔지 모를 희망을 온몸으로 오롯이 품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삶의 본능이고, 욕망일까? 바로 너무도 인간적이기에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윤식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연속들, 냉소와 무기력 속에서, 죽음의 수렁에서, 지옥 같은 삶 속에서 우리를 끄집어내는 것은 이러쿵저러쿵 수많은 단어를 풀어내더라도 결국은 ‘사랑’이었다. 아니, 사랑이라니? 우리가 희망을 품고, 내일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사랑’이라니! 순간 모든 상황들의 엉킨 실타래가 맥없이 풀리고, 암담한 비극적 상황들이 그저 소설 속 하나의 장신구처럼 ’사랑‘으로의 귀결은 김이 새는 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뻔한, 뻔뻔한 필연과 당위적 결말, 그 사랑의 힘에 한없이 무릎을 꿇고 싶다. ‘윤식’처럼 나 또한 그 뜨거운 사랑에 옥죄이고 굴복하고 싶어진다.

바로 <가미가제 독고다이>가 궁극적으로 외치고 싶은 단 한마디는 ‘사랑’이었다. 그 사랑의 진정성을 우리로 하여금 다시금 뒤돌아보게 한다. 잃어버렸거나, 사라진, 또는 몰염치로 일관하는 오늘, 우리가 말하는 사랑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끝내는 여지없이 ‘사랑’에 목말라하는 우리를, 그토록 갈구하던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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