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편지 - 규방에서 진 부용꽃, 허난설헌
류지용 지음 / 동아일보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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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드디어 허난설헌을 만났다. 눈도장을 찍어둔 채, 얼마간의 시간을 흘러 보낸 것일까? 뭔가 아스라한 그리움이 몰려오는 표지, <규방에서 진 부용꽃, 허난설헌 “사라진 편지”> 분명 단번에 눈길을 끌었었다. 그럼에도 허난설헌이란 개인에 주목하기보다는 그저 <홍길동전>의 ‘허균’, 그의 누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사실이었다. 천재 시인, 그 고귀한 속에 감추어진 그녀의 삶은 허균의 통해 간접적으로 만남으로써 더욱 그 실체에 다가가고 싶었다.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작가의 상상 속에 기대서라도 그녀의 삶, ‘허초희’라는 한 여성, 천재 시인의 삶 자체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최근 <난설헌>을 통해 더욱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더 이상 그녀와의 만남을 미룰 수가 없었다.

 

여전히 허난설헌의 삶의 의문투성이다. 당대 세도가의 집안에서 태어났고, 세도가 집안의 종부가 되었지만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두 아이를 여읜 슬픔은 그저 한 여성의 삶에만 초점을 맞춘 것일 뿐이었고, 그 한계에서 여전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사라진 편지> 속 전개는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오만원 권 화폐의 신사임당을 두고 격론이 일었던 화두가 떠올랐다. 몇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나의 편협한 시각은 한 천재 시인의 삶이 아닌 결혼과 출산이라는 여성의 삶에 머물러 있었다. 아직도 한 인간의 삶이 아닌 여성이라는 반쪽의 삶, 그래서 남장을 하고 말을 타고 들녘을 누비고, 한 남자를 뜨겁게 사랑하는 등, 규방이라는 제한된 삶의 한계를 뛰어넘어 드넓은 세계로 그녀의 삶이 부각된 것이 낯설었지만,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 듯하다.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기보다는 세상 밖으로 확장시키고 뜨겁도록 자신을 불태우는 설정을 그녀를 더욱 그녀답게 그린 듯하다. 그것이 때론 독화살처럼 그녀를 옥죄는 결과를 나았을지라도.

 

그녀의 삶에 대한 몇 가지 의구심들이 일면 타당성을 갖게 되는 이야기 전개는 흥미로웠다. 특히 이달의 삶과 좌절, 허균의 꿈 그리고 초희의 삶이 다각적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마음을 뒤흔들었다. 시적 유희 속 그 깊이를 아직 헤아리기에 역부족이지만, 좀 더 진실한 마음으로 삶을 투영하는 그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난설헌이 세상을 바라보던 감성어린 눈빛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조망하고 싶어진다. 잠시나마 그녀 곁에 머물다보니, 그녀의 생각에 물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허난설헌, 허초희’를 만나보고 싶다. <난설헌>은 초례를 치르기 전 상황을 더욱 애절하게 그리고 있는데 어떤 삶을 투영하고 있을지, 어떻게 다르면서 같은지 직접 확인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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