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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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영화 「시간의 춤, Dance of Time」(2009)를 본 적이 있다. 졸린 눈을 비비가며, 낯선 쿠바 속 생소한 이야기에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영화는 100여 년 전 제물포항을 떠나 멕시코를 거쳐 쿠바로 흘러들어간 한인들과 그들의 후손(꼬레아노)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착취의 역사 속 ‘이주노동자’라는 또 다른 화두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유유히 흐르며, 거칠고 모진 삶 속에 찬란한 꽃을 피운 삶의 현장을 보았고, 적잖은 안타까움과 함께 잔잔한 감동에 소리 없이 물들었다. 또한 그들의 고통과 삶의 열정이 가슴을 뭉클하고 뜨겁게 만들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이번에 손에 쥔 <빵과 장미> 는 영화 속 이미지로 스쳐 지나갔던 많은 이야기가 활자가 되어 되살아났다. 특히 숱한 노동 운동의 역사와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을 이끈 혁명의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그렇게 영화와 소설 속 전혀 다른 배경과 이야기가 하나가 되어 삶을 향한 뜨거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뭔가가 온몸 구석구석 작은 세포들을 뜨겁게 달구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 단지 우리의 배를 채워줄 빵만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빵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죠. 우리는 우리의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도 원해요. 우리가 원하는 건 - 그걸 뭐라고 해야 한, 우리가 원하는 건, 그 뭐냐 - 푸치니의 음악 같은 거예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것들도 어느 정도는 필요해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114-115)

 

<빵과 장미>란 독특한 제목, 제목에 얽힌 일화는 무척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빵과 장미! 책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가늠하지 못한 채 ‘빵과 장미’의 구호, 그 의미가 오늘에도 가슴을 울리는 것은 왜일까? 노동자들의 기본 생존권(빵)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누릴 권리(장미), 이 두 가지는 진정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이다. 하지만 그러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숱한 노동자(우리 자신이자 우리의 부모요, 삼촌이요 이모들인)의 삶이 끊임없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직도 끊임없이 싸워서 쟁취해야할 권리란 사실, 여전히 착취당하는 현실에 몸이 어질어질 휘청거린다. 끊임없이 회자되고 또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되며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희망의 싹을 가슴에 품게된다.





이 이야기는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로렌스에서 일어난 실제 역사적인 파업을 배경으로 한 소년(제이크)와 소녀(로사)의 눈을 통해 파업의 열기 속으로 안내해주었다. 100여 년 전 산업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기 위해 싸웠던 여정과 뜨거운 피가 손끝으로 전해지며 나도 모르게 결연해지고, 온몸으로 전율이 넘쳐흘렀다. 로사의 눈으로 잊혀진 기억 속 나의 어린 시절(수몰 반대 집회의 현장)이 되살아났다. 로사처럼 두려움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어느새 나 역시 마음의 키가 훌쩍 자란 느낌이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 그것은 그 무엇(권력, 재력, 무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큰 파도였다. 제이크와 로사를 맡아 보살펴 주었던 제르바티 할아버지는 “가슴으로 이기는 거야, 이 안에 있는 강한 가슴으로.”(297)라고 말한다. 이 가슴들이 원하는 진정한 삶의 화두가 무엇인지,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또한 주저하지 않는 용기와 서로 도우며 함께 하는(연대) 미덕의 가치를 무척 흥미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그려내 가슴을 훈훈하게 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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