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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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시모토 바나나, 뭐 일단 집어 볼 일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대 이상으로 실망의 여진 없이 대만족이었다. 훈훈하게 감싸안아주는 치유의 시간, 위로의 시간 그 자체였다. 낯선 풍경, 하지만 사람과 관계를 어루만져주는 ‘시모키타자와’의 풍경이 살갑게 다가왔다. 언젠가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풍경, 책 속 풍경을 찾으며 나만의 ‘시모키타자와’에 대한 풍경을 그려보고 싶었다. 화려한 도시 속, 바쁜 현대인들의 소외, 관계의 단절보다는 일상 속 따뜻한 관계의 형성과 어우러짐이 나만의 ‘마음의 고향’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해주었다.



어떤 한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원미동 사람들>(양귀자, 살림출판사, 2004)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가장 흥미롭고 인상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자살한 이의 남겨진 가족의 상처와 치유였다. ‘아빠가 죽었다. 엄마와 나만 남기고, 엄마와 나는 모르는 여자와 함께.’는 언젠가 보았던 tv속 화두가 떠올랐다. 우리나라를 흔히 ‘자살공화국’이라고 한다. '자살‘ 자첵 갖는 사회적 문제 외에도 이면, 남겨진 가족들의 자책, 원망 등의 상실과 혼란 등의 상처에 대한 화두였다. 생소한 화두였다. 한 번도 깊이 고려해 본적이 없어 뇌리에 남았다. 그렇다. 남겨진 가족, 친지, 친구들이 갖는 상처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이야기 속 남겨진 엄마와 나(요시에),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의 상처, 아픔과 절망 등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저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 아니 바라보기에만 그쳤다면 ‘치유’를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아닐 것이다. 일상의 삶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그들의 노력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절로 우리의 마음마저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눈물을 참으며, 혹은 뚝뚝 흘리면서 서로서로 기대고 의지하면서도 각자 나름의 삶을 살아낸다. 특히 아픔을 인정하고 상처가 아물어질 시간을 견디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요시에’의 모습 그 자체가 우리에게 힘을 준다.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저렇게 힘든 요시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데 너는 뭐하는 거니?‘라고. 내일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오늘을 더욱 충실하게 사는 ’요시에‘를 보면서 한 없이 작아지는 나는 뭔가? 내가 위로해야 하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고 있다니, 그것이 바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치유의 힘이 아닌가! 꾹꾹 힘차게 내딛는 요시에의 걸음걸음을 닮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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