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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을 걷다 - 생생한 사진으로 만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잔혹사
이재갑 글.사진 / 살림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수시로 마음속을 어지럽히는 일련의 뉴스들은 지난 과거의 역사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몇 달 전 일본 지자체(구마노시)가 기슈 광산에 강제 동원되었던 조선인 희생자의 추모비 부지에 세금을 부과했다는 황당한 뉴스를 접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접한 영국인 묘지(영국인 포로 16명)는 사적으로 인정해 관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안의 무엇인가가 불쑥 솟구쳐 올라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 인식이 어떤 자극에 의해 순간적 분노의 표출은 아닌지, 진정 스스로 지난 과거, 그 쓰라린 역사와 대면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회피하고 외면하고 방관하다가 불현 듯 요란만 떨었던 것은 아닌지, <한국사 100년의 기억을 찾아 일본은 걷다>를 펼쳐들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우리는 그 100년의 역사를 돌아봐야했다. 지난 100년의 기억, 그 기억은 슬프고 아린 상처다. 그런데 ‘일본’이란 공간에서 그 역사의 흔적을 찾고 있다니, 시선이 절로 갔다. 그 역사의 현장 속으로 성큼 성큼 걸어가야 할 이유가 우리에게 분명히 있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역사적 사실들과 그 현장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지난 몇 해 전부터 일본의 여러 도시-후쿠오카, 나가사키, 오사카, 히로시마, 오키나와-를 돌며 조선인 강제징용과 그와 관련한 건축물들, 그 잔재들-군부대 진지, 탄광, 광업소, 댐, 해저탄광 비행장 등등-을 사진에 담고 있다고 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러 작업들이라지만 이 한 권의 책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오롯이 다가왔다.
많은 생각들이 스쳤다. 역사의 여러 편린들이 아로 새겨진 현장은 단지 우리만의 쓰라린 상처만은 아니었다. 전쟁의 야만성, 그 잔혹함, 무자비함과도 마주해야 했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됨을 지키려 노력했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에 가슴속이 뜨거워졌다.
역사를 통해 ‘지금, 바로 여기’를 직시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강제 동원되어 핍박 받고 착취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은 현재 진행형이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우리는 분노한다. 지난 역사에. 하지만 우리는 비슷한 이유로 이 땅의 다른 이들을 멸시하고 차별하지는 않는지, 그들의 분노와 아우성을 외면하면서 우리가 어찌 당당할 수 있을지, 가슴 속이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고 또한 숙연해졌다.
‘보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만 보일 뿐’(219)이라는 말이 깊숙이 파고들어 귓가에 맴돈다. 우리는 역사를 바로 바라봐야한다. 물론 그 시선 또한 바로 서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단지 그 역사를 통해 분노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 또한 그릇된 역사 인식일 것이다. 저자가 밝히듯, 대립과 갈등이 아닌 상호 공존을 위한 해법은 분명 일본 잔재에 대한 올바른 이해일 것이다. 우리 또한 올바로 알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바로 우리, 각 개인에게 있어 역사가 무엇이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숙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진정한 반성과 용서, 화해’라는 화두를 제시하며 오늘을 사는 지혜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끝으로 바로 보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에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