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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조각 ㅣ 창비청소년문학 37
황선미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를 즐겨 읽고 있다. 청소년문학이란 하나의 분류 체계는 아무래도 세대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는 이들과 나름의 소통할 수 이야기, 대화의 소재를 찾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흐릿해진 옛 학창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비로소 그들의 고통과 고민 등에 대해 좀 더 많이 이해하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하지만 <사라진 조각>은 더 특별했다. 손에 ‘착’하고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더니, 다른 책들을 뒤로하고 더 파고들었다. 사라진 조각이라~ 뭔가 가슴이 찌릿하니, 무수히 많은 의미들을 내포하면서 생각에 빠지게 하였다.
우리는 퍼즐의 사라진 조각을 찾아 꿰맞추는 것을 좋아하는 듯하다. 호기심에 들썩거리다가도 뭔가 명쾌하게 술술 풀리는 기분에 들떠 환호성을 지르는 기분! 솔직히 <사라진 조각>을 읽는 내내 주인공 ‘유라’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진상,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커 내친걸음으로 내달렸다. 그런데 뭔가 휑~한 느낌! 잃어버리고 사라진 조각을 확인하는 순간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 무장 해제되어 버렸다. 때론 우리의 삶의 저편에는 지우고 싶고, 잊고 싶은 순간들로 가득하다. 후회와 아쉬움, 쓰라진 고통 등의 이유로 긴긴 밤을 애태우며 마음을 끓인다. 그리고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리라며 회피하기 일쑤다. 회피하고 움츠리며 안주했던 삶에 매서운 주먹을 날아들었고 정신이 번쩍했다. 그리고 상처가 아픔이란 걸 나 역시 이제야 깨닫게 된 듯하다.
사생아, 성폭행 등의 자극적(?)이 소재가 무색할 정도로, 위선으로 가득한 어른들의 세상에 투명한 거울이 되어주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일탈과 방황을 통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여과 없이 투영되어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힘은 바로 화해와 성숙에 있다. 그것도 무심하게 말라비틀어질 듯 위태로운 삶 속에 진정으로 보듬어 안고 화해하는 모습이 환하게 그려져 마음속을 비춘다. 비수를 품고 내뱉는 수많은 말들이 상처가 되고,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후벼 덧나고, 곪지만 어느새 그 상처를 직시하는 순간 새살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고 할까?
각각의 등장인물들 모두를 변호하고 싶어진다. 새삼 ‘선’이란 도덕적 잣대에서 벗어나 수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우리들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우리들이란 바로 그 상처와 아픔 위에서 더욱 건고해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아픈 상처, 사라진 기억을 애써 지우려 끙끙 앓기보다는 서로의 상처를 인정하며 마음에 마음을 보태어 서로가 기댈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삶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