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연천서 고구려 철제 갑옷 ‘찰갑(철비늘 갑옷)’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벽화 속에서 봐왔던 실물을 온전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고구려>를 읽다보니, 절로 눈길이 머무는 뉴스였고, 더불어 고구려의 강인한 기상과 기개가 책을 통해 오롯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또한, 우리는 왜 역사를 공부해야하는지, 그리고 왜 역사교육이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곁들어진 역사소설일지라도, 우리의 역사를 또 다른 방식으로 습득하고 그 속에서 자긍심,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작가 ‘김진명’의 역사소설 <고구려>에 더욱 크게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었다.

 

다시금 <고구려>를 읽으면서 뭔지 모를 격정과 전율에 휩싸인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다. 미천왕의 위대한 업적으로 달달 외어야했던 ‘서안평, 낙랑 점령 등의 고조선 옛 땅 회복, 400 여 년간의 식민통치 종식’이라는 역사적 사실 외, 지리적으로 어딘지 그려지지 않는 지명들과 숙신, 선비 등등의 주변 국가들과의 역학관계 등등 미처 배우지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고구려의 역사에 눈을 돌리게 된다. 또한 다른 역사서와 역사소설을 찾아가면 역사 속 수없이 많은 간극을 메우고 싶다는 열망이 조금씩 자란다.

 

미천왕 세 번째 ‘낙랑 축출’의 과정은 반전에 반전-숙신의 반란, 차례를 보면서 무척 의아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숙신의 반란이란 실체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을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을불’의 곁을 맴돌았던 두 여인, ‘소청’과 ‘아영’의 이야기는 때론 안타까움과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혹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나라 이후, 400여 년간의 식민통치를 종식한 미천왕의 낙랑축출의 과정은 ‘최비’와 ‘을불’의 대결, 그리고 수많은 장수들의 용맹함과 진한 의리, 충성 등등이 어우러져, 내 마음 속 깊이 파고들었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쟁의 잔혹함에 몸서리쳐지다가도, 수많은 희생정신과 진념이 일구어낸 숭고함과 장엄함에 절로 숙연해진다. 수많은 전투와 피의 희생을 바라보면서 그 치밀함과 치열함에 마음이 꿈틀거렸다. 10년의 준비 기간, 결코 짧지도, 그렇다고 길다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번뇌의 시간들과 생과 사를 건 선택의 순간들과 마주하면서, 내 안에는 무엇인가 들끓는 힘이 손끝으로 전해져왔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과 그 시련 앞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지, 또한 그 위기의 순간을 회피하지 않고 과연 당당히 맞설 수 있을지, 그러한 용기를 지니고 있는지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고개를 떨어뜨리지만, 그들의 이야기, 그 치열함 앞에 이내 어깨를 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미천왕 ‘을불’의 이야기로 시작된 <고구려>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미천왕으로 끝날 이야기가 결코 아님을, 삼국지에 비견할 수 있는 방대한 이야기를 기획하고 있음에 앞으로 이어질 <고구려>에 대한 기대를 감출 수가 없다. 1, 2권을 읽으면서 ‘미천왕=고구려’라는 관계에 살짝 의구심이 고개를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왜 미천왕의 이야기를 다룬 세 권의 책제목이 ‘고구려’인지, 미천왕의 뒤를 이은 고국원왕, 소수림왕, 광개토대왕, 장수왕, 그리고 문자(명)왕 등등 앞으로 출간될 고구려의 이야기가 거센 파도가 되어 더없이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거부할 수 없는 고구려, 그 역사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싶다. 이젠 백제와 선비 모용외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지, 고구려와 더불어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하면서 기다릴 일만 남은 듯하다. <고구려 4,5 고국원왕>의 이야기, 또 다른 왕들의 이야기까지 하루 빨리 만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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