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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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 삶을 통해 우리의 지난 현대사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허허벌판에 홀로 선 듯, 첩첩산중과 마주한 듯, 가냘프기만 한 여인의 이야기는 바로 모두의 어머니,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닐까? 층층에 쌓인 세세한 사연들이야 다를지라도, 그 순간순간의 아픔과 상처 그리고 한이 된 굴곡 많은 사연들이 어찌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속에서 우리의 지난 반세기가 넘는 시간을 건너뛰어 그 거대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된다.

 

한 여인의 삶에 녹아있는 그 시대상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지난 의구심들이 다소 풀리기도 하였다. 지난 삶의 흔적들을 확인하고 나니, 오히려 더욱 애착을 갖게 되고, 아픔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를, 할머니를, 그리고 부모님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 내가 아닌 타인을 더욱 포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은 느낌이다.

 

<황토> 속 어머니의 삶은 정말 기구하고, 기막힌 인생이었다. 험하고 고달픈 인생살이, 그 세월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세 자식들이었다. 그저 피가 다른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어머니의 입장, 그리고 장남 태순, 딸 세연, 막내 아들 동익 이렇게 자식의 입장에서도 그들의 삶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허망하게 느껴지는 어머니의 삶, 그렇게 유서 같은 편지를 쓰게 되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저 ‘모두 하나로 뭉쳐져 서로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 살기를 소원’했던 어머니의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바람’, 그 바람 앞에 과연 스스로 당당할 수 있을지, 마음이 무척이나 초라해지는 느낌이었다.

 

또한 ‘환향녀’란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속의 많은 모순과 부조리, 그 역사의 반복에 소스라치게 된다. 그리고 세계화, 다문화의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과연 내가 쌓아둔 편견과 모순의 벽은 또한 얼마나 견고한지 돌아보게 된다.

 

엄마는 그저 태초부터 엄마였던 것처럼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다시금 깨닫고, 엄마의 유년시절, 청춘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 풋풋함을 가슴에 그려보게 된다. 그렇게 내 안의 불평불만들이 누그러지고 자식의 도리를 곰곰이 생각하고 스스로를 담금질하게 된다.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이번 <황토>의 이야기를 통해, 그 속 기구한 시대의 아픔에 휩쓸린 인물들, 찢기고 할퀸 상처투성이 삶을 통해 우리들이 더욱 어우러지고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다시금 재탄생된 <황토>를 만날 수 있어, 얼마나 행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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