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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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한 친구가 읽던 책이 무엇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해인 수녀님의 책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일 순간, 이름 석 자가 뇌리에 박혔다. 그럼에도 지금껏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다만, ‘나를 위로하는 날’이란 시 한 편이 바로 내 책상 곁에 적어두었다. 정말 위로가 필요한 날,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금 훌훌 털어버리고 싶을 때면, 마음을 풀어왔다.

그런데 이제야 시절인연이 닿은 것일까?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놓칠 수가 없었다. 이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인 것 마냥, 서슴없이 책을 펼쳐들었다. 책을 든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지고 나긋나긋해지는 기분이었다. 수녀님이 풀어낸 이야기들은 따뜻한 물결들로 잔잔하게 넘실거렸다. 마음이 한 없이 평안해지고 행복으로 물들었다.

 

고통을 함께 나눠 안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그 따스한 손길에 수시로 울컥하게 되었다. 왠지 모르게 자꾸만 손이 가다보니, 또한 자연히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도자다운 검소함과 소박함, 그리고 순수한 마음들을 오롯이 느끼며, 세상의 찌든 때를 시원하게 씻어버리는 시간이었다. 그동안의 온갖 잡념들, 부질없는 걱정 근심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분연히 일어난 마음속을 헤집어놓았던 수많은 갈등들도 하나둘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내 일상 속 번뇌들을 해인 수녀님의 글을 통해 떨쳐버리고, 평온을 찾아갔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최근 일상 속에서 ‘감탄’을 하면 살자고 했는데, 수녀님도 ‘감탄사가 그립다’며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정말 무미건조한 일상 속 무관심과 방관하면서 더욱 지루한 나날을 만들고 있었다는 반성을 하게 되면서,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 역시 ‘감탄’을 연발하며 살자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글 중에서 ‘우정일기’과 ‘묵상일기’가 무척 가슴에 와 닿았다. 주변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하루 하루를 오롯이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조금씩 배워가는 시간이었다.

 

그저 마음이 지치고 삶이 시들해질 때면, 한 걸음에 달려가 안길 수 있는 작지만 커다란, 따뜻한 품 하나가 생긴 듯하다. 오래도록 곁에 두며 마음을 다지고, 그 한없는 든든함에 기댈 수 있는 시간들로 가득했다.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그 누군가와 꼭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이 바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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