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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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공주, 한마디로 무척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단편소설집이다. 5가지의 이야기는 마치 롤러코스트는 타듯 때론 신나고, 아찔하고, 그리고 마지막엔 안도와 함께 시원함을 느꼈다고 할까? 극한을 오가며 그 속에서 하늘을 날 듯 자유롭다가도 애절한 갈망에 허우적대기도 하였다. 섬뜩하고 오싹한 이야기에 몸서리치면서도 호기심에 좀처럼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고, 어느새 나근나근, 봄 햇살처럼 따사로운 사랑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카시오페아 공주, 정말 독특하다. 시종일관 경계의 눈빛이 되었다가, 홀딱 빠졌다. 이 책을 읽고 ‘사랑의 감정에 자극’받길 바란다는 저자의 바람은 분명 이루어진 듯하다.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는 끔찍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극과 극은 오히려 통한다고 했던가! <좋은 사람>의 이야기 속, 연쇄살인의 잔혹한 범죄 현장은 마치 영화 ‘올드보이’의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온몸이 핏줄이 바싹 돋는 듯하지만, 어느새 주인공의 가슴 속에 사랑이 찾아드는 것, 모든 오해가 풀리고 진실이 드러나면서 해피엔딩의 이야기는 봄 새싹처럼 희망과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섬집 아기> 지금도 가끔씩 흥얼거리는 동요 속 애잔함이 느껴지면서도 예상 밖의 처절한 복수, 그 기이한 반전에 깜짝 놀랐다. 앞선 <카시오페아 공주>의 복수와 용서, 사랑의 에너지가 어느새 애절한 복수로 끝을 맺으면서 그 놀라움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면서도 죽은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니, 잔혹하고 기괴한 이야기도 어느새 처연하게 다가온다. 어릴 적, 무서움에 떨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대던 이불 속 풍경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였다.

 

<좋은 사람>과 <섬집 아기>는 강간, 살인들의 끔찍한 강력 범죄가 소재이다.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사건사고들로 넘치는 오늘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다소 먼 거리에서 바라보게 된다. 천인공노할 일이라면 분노하지만, 금세 잊혀지는 것처럼, 그 순간의 분노, 증오와 공포, 불안은 타인의 일에 불과하였다. 그렇게 다소 먼지를 털어내듯, 가볍게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만끽하는 것으로 기분을 달랬다.

하지만 <카시오페아 공주>와 <레몬> 마지막의 <중독자 키스>는 바로 우리들 자신의 이야기 그 자체였다. 너무 크게 공감했던 것이 우려스러울 정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사람들, 그들의 고통의 시간 속에서 바로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현실의 짐이 버겁고, 사랑의 감정에 무관심했던 스스로를 뒤돌아볼 수 있었다. ‘사랑’ 참으로 낯선 존재가 가슴 속에서 되살아났다. 꺼져가는 불씨인 줄 알았는데, 간절하게 그립고 소원하게 되었다. ‘사랑’이란 주제로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며 우리의 현실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외계인의 등장 같은 황당함은 ‘이 넓은 우주에 오직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는 말처럼 어렴풋이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이리저리 저울질을 하였다. 또한 증오를 품기는 쉬어도, 그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말은 하는 이 순간도 왜 이처럼 공허할까? 과연 나는 ‘용서’를 말할 수 있을까? 용서라는 것이 무엇인지, 왜 용서를 말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오랜 시간 가슴 속 비수가 되어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어찌 ‘용서’라는 말은 쉽게 던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벌을 청하는 그에게 쉽게 돌을 던질 수 없는 것이 또 사람이었다. 진정으로 용서할 순 없어도, ‘용서’로 가장해야 했다. <카시오페아 공주>는 이렇게 많은 상념이 스치는 가운데 마음을 포근해지며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머물게 한다.

 

어찌 보면 5개의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증오와 복수, 상실과 절망 속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인 듯하다. 때론 극렬하게, 때론 잔잔하게 사랑이 찾아든다. 처음엔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일 뿐이었다.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그렇고 그런 이야기였다. 하지만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탄탄한 구성에 매료되었고, 그 잔혹함 속에서도 ‘사랑’의 감성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은 너무나도 따뜻한 휴머니즘에 빠지게 한다. 사랑을 꿈꾸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 자체다.

 

그의 다른 작품들이 기대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당연한 일인 듯하다. 최근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이라는 신간 소식을 들었다. 바로 ‘이재익’의 작품이라 기대되고 설렌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어서 빨리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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