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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싸우는가?
김영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세계의 분쟁 소식을 듣는다. 들어왔고 오늘도 여전히 듣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왜 그렇게 싸우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무엇이 가슴 속에 증오와 분노로 가득하게 만들까? 물론 우리 안에도 수없이 많은 갈등과 미움, 화가 도사리지고 타인과 갈등을 한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목되어왔다. 그렇다고 그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말 것인가? 최근 뉴스를 접하다보니, 결코 우리와 상관없는 머나먼 나라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은 우리의 과거였고, 때론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첨예한 대립,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통해 우리도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외국인의 시선에선 결코 우리도 안전한 곳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일련의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는 그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싸워야 할까? 그에 대한 해답을 바로 <세계는 왜 싸우는가?>를 통해 얻고 싶었다.
이 책은 어느 우연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취재차 갔을 대, 게스트 하우스에서 ‘듀랜드 라인’을 두고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그저 관광지에 관심을 더 보일 뿐, ‘듀랜드 라인’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솔직히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듀랜드 라인’을 알게 되었는데 어찌 그 학생들의 잘못이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한층 가까워졌다.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빈번한 외국과의 교류 속에서 각 나라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과 문화와 그 현실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한비야 작가님의 말씀대로 ‘세계인’으로써 자신의 몫, 의무와 권리를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단지 자신의 입에 풀칠하기에 급급-물론 이마져도 속시원하게 해결되는 상황도 아니지만-하기보다는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귀를 기울이며 평화와 인류애에 대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길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그래서 저자의 아이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듯 친근하고 포근한 어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지난 뉴스를 통해 접한 많은 단편적인 사건과 영상들이 떠오르면서 그 깊은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tv속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총에 맞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은 4월 3일, 제주도 4.3사건이 있었다. 결코 그저 지난 역사 속 지난 과거의 사건만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이에 우리는 세계의 분쟁의 진실을 알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책을 펼치자,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꼼짝할 수가 없었다.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참혹함과 잔인함이 바로 인간의 모습이라니 ‘전쟁’의 참상이 바로 내 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굶주린 어린 아이들, 소년병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 속이 먹먹해지다 못해 무엇인가가 꿈틀거렸다. 눈시울이 붉어지다가도 그 무슨 죄가 있어 증오와 분노를 가슴 속에 간직하고 복수의 칼날을 갈아야 할 운명이란 말인가!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더욱 가슴을 쓰리게 하였다. 자꾸만 뭉클뭉클 아파온다. 더욱 생명과 인간의 존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이아몬드, 석유가 불러오는 인간의 탐욕 앞에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가?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진지한 고민이 이제야 비로소 시작된 듯하다.
그럼에도 그 슬픔과 고통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가슴 속에 품게 된다. 표지의 아이의 모습에 울컥했다. 그 가녀린 모습에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진다. 책을 읽고 나니, 더욱 마음이 허해지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간절한 ‘희망’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본 대지진의 참상 앞에서 불안과 공포가 우리를 휩쓸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 그 천진난만한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 자체가 희망이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간 스스로 파멸을 자초하고 있는 지금, 희망의 씨앗, 새싹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그 끔찍한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리고 우리 안의 선한 본성을 통해 용기를 얻고 절망인 아닌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그 어떤 이라도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많은 이가 읽고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 그저 내 책장에 가둬두기에 책의 메시지가 강하다. 아무래도 내 곁을 곧장 떠날 것 같다. 하지만 띠지의 아이가 내 곁에 머물러 끊임없이 내게 이야기를 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