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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 보낸 일년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
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 정구석 옮김 / 자음과모음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 일단 과일이 익으면 분만의 때가 오는데, 대부분의 경우 분만은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분만을 고통스러워한다고 해서 그것을 덜 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
우리가 때가 되기 전에 열매를 가지에서 따낸다면, 그 열매는 우리 입맛에 쓸 수도 있다.“
(55-56쪽)
<남쪽에서 보낸 일 년>우리에게 처음 소개되는 스페인의 작가 ‘안토니오 콜리나스’의 낯설면서도 심오한 이야기라고 할까? 성장 소설이라는 점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스페인의 낯선 작가에 대한 기대감 또한 책을 선택하는데 한 몫을 하였다. 그러나 솔직히 처음엔 쉽게 집중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페인이란 이름의 익숙한 나라이지만 ‘투우’로 상징되는 붉은 이미지를 제외하면 역사, 문화적인 배경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호기심을 갖으면서도 여전히 역시 쉽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아르투로 페레스-레베르테, 시공사)와 <노새>(후안 에슬라바 갈란, 중앙books)에 이어 <남쪽에서 보낸 일 년>까지 조금씩 ‘스페인’을 알아간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고 할까? 그리고 또 다음에도 ‘스페인’작가에 대한 호기심, 그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에 기대하게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고교시절의 ‘나’와 재회를 하였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을 때의 충격과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의 일부가 되살아났다. <데미안>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과 뭔가 닮은 구석이 많은 느낌이다. 처음 책을 펼치고선 힘겹게 읽다가 한쪽으로 치워두었다. 계속 읽기가 힘겨웠다.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다시 재도전을 한 것이다. 그리곤 조금씩 주인공 ‘하노’의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수시로 ‘하노’가 되었다가 ‘하노’의 목소리, 외침에 귀를 기울이며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북쪽이 고향인 하노는 남쪽의 어느 시골에서 홀로 기숙사 학교에 다닌다. 공간적 배경-역자의 도움을 얻어 ‘코르도바시’라는 것을 알게 된다-을 알 수 없고 솔직히 시간적 배경, 주인공의 나이, 학년에 대한 정보도 모호하다. 그저 어느 시골의 기숙사의 문학, 음악, 예술을 논하고 사랑을 하고 또 다른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그리고 충격적 사건으로 인한 혼란을 그리며 한 소년의 예술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하노’의 혼란과 갈등 속에서 내면의 깊은 울림이나 처절한 외침에 조금씩 동요된다.
그저 훨씬 따스하고 여유로운 ‘남쪽’이란 공간-유렵을 ‘남쪽’ 지중해가 휴양지를 떠오려보았다.-과 달리 소년의 방황과 혼란을 그려진다. 그것은 단지 북쪽과 남쪽의 이분법에서 더 나아가 시골과 도시, 그의 사랑 소녀 ‘디아나’와 교수의 부인 ‘마르타’ 등의 서로 상반된 관계 속에서 더욱 극명하게 그려진다. 기숙사라는 폐쇄적 환경과 문학, 음악 등의 예술, 자유를 꿈꾸는 주인공의 갈등과 방황 그리고 그 치유의 이야기는 성장의 통과의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열렬히, 치열한 과정에 응원을 보낸다.
아무래도 <데미안>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 이젠 흐릿해진 이야기 <데미안>임에도 말이다. 하노의 친구 ‘마테오’의 존재와 성숙한 여인 ‘마르타’의 존재가 특히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었다. 어떤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면서 눈을 뜨게 되고 혼란과 감정의 폭발, 그리고 자신으로의 응축의 시간 등이 무언가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쉽게 정리되진 않는다. 아무래도 ‘시적 언어’에 능숙한 작가 ‘안토니오 콜리나스’의 언어가 낯설고 마냥 쉽게 풀어쓴 이야기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 온몸으로 부딪히고 깨지고 그리고 그 고통의 시간에 충실한 ‘하노’를 보며 뭔가 숙연해진다고 할까? 그리고 잊고 살았단 삶의 열정, 삶과 자신에 대한 진진하고 치열한 고민들이 마음을 포근하게 풋풋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