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홈 카페>를 만났을 때, 깔끔한 표지만큼 기획 의도와 책의 구성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집에서 만나는 라퀴진의 카페 요리’라는 부제는 유난히 카페의 고유한 분위기를 집 안에서 연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면서 호기심을 끌었다. 또한 '누구나 알고, 쉽게 구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재료'를 알파벳 이름에 따라 A부터 Z까지 분류한 구성은 무척 독특하였다. 일단 눈으로 즐기면서 맛은 상상하며, 집에서 실현하는 과정의 재미가 서툴지만 나름의 행복한 기분에 취하게 하였다.
더 나아가 홈 카페의 다음 시리지가 무척 기대되었다. 앞으로 일련의 시리지로 다양한 요리를 약속하였기에, 은근히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홈 카페 2, 한중일 가정식>이 출간되었다. 여전히 ‘집에서 만나는 카페 요리’라는 취지에 ‘한중일 삼국의 대표적인 가정식’의 결합이라니, 어떤 다양한 음식들을 소개할지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책을 받고 ‘대충’ 훑으며 처음의 기대에는 살짝 못 미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정식’에 대한 나의 높은 편견은 전혀 다른 구성에 살짝 당황하게 한 것이다. ‘밥, 국물, 주요리, 반찬’ 등으로 구색을 맞춘 한상 차림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정관념, 뭔가 그럴 듯한 식탁에 대한 환상 그리고 한 그릇 음식은 왠지 제대로 된 식단이 아니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홈 카페>를 보는 눈을 감게 한 것이다.
하지만 ‘홈 카페’라는 제목에 걸맞게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한그릇 요리’들의 맛과 풍미를 정성을 가득 담아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 해산물, 생선, 야채 등의 다양한 재료별로, 한중일 삼국의 가정식을 선보인다는 점은 이색적이고 모두 좋아하는 재료들의 구성은 나의 침샘을 자극하였다. 특히 ‘오징어 볶음 우동’, ‘으깬 감자를 곁들인 삼겹살 조림’ 그리고 ‘호두와 베이컨을 올린 두부 샐러드‘가 가장 눈에 띄었다.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와 비슷한 공통 문화 속에 색다른 고유한 문화를 꽃 피워온 한중일이다. 앞으로 끊임없이 경쟁관계이면서 서로를 존중하며 상호 협력해야 하는 삼국의 미래지향적 방향성이 이 한 권의 요리책에 담겨 있다면, 그것은 너무도 과대 망상적 확대 해석일까? 하지만 한중일 고유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또한 조화로운 맛의 변신을 모색한 다채로운 한중일의 요리를 맛보다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일상 속 흥미로운 변화가 되지 않을까?
일단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은 요리에 대한 자세를 가다듬게 하는 듯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이 환해지면서 산뜻한 느낌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즐겨 사용하는 재료들의 특색을 살리면서 삼국의 고유한 맛과 문화를 즐기고, 맛의 조화를 입안에서 한가득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때론 익숙한 재료들과 생소한 재료들이 어떤 조화를 이룰지 상상하는 재미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꼭 필요한 정보들-삼국의 소스와 양념에 대한 소개, 재료 구입하는 곳, 재료 다듬는 법 등등-도 꽤나 만족스럽다.
물론 또 다시 <홈 카페>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멈출 수가 없다. 이미 <홈 카페 파스타>가 출간되었으니, 어서 빨리 만나보고 싶다. 언제나 깔끔한 요리와 함께 단정한 마음까지 다지면서, 요리의 진귀한 세계로의 초대가 항상 설레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