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무정 1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순간 무협지 소설 느낌의 표지라 처음엔 무심코 지나칠 ‘뻔’하였다. 다행히 저자 ‘김탁환’의 세 글자가 크게 다가오면서, 다시금 설레고 기대감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소리 소문 없이 언제 또 이야기를 풀어놓았단 말인가! 자칭 ‘소설 노동자’답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니 우리내야 반갑게 맞으면 정신없이 읽고 즐거움에 취하면 그 뿐!

 

개마고원 밀림의 주인인 백호, ‘흰머리’와 포수 ‘산’의 숨 막히는 추격전을 다루고 있다는 말에 문득, <잘 가요, 언덕>(차인표, 살림)이 떠올랐다. 옛날 옛적부터 우리의 전설, 전래동화 속에는 ‘호랑이’가 영물로, 또는 희극의 대상으로 우리 민족과 삶을 함께 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잘 가요 언덕>에 등장하는 포수와 호랑이의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가슴을 뛰게 하면서 강한 여운을 남기며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살짝 아쉬움과 큰 여운을 남겼던 호랑이(백호였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아리송하다)와 인간의 승부의 마지막 종착지가 바로 <밀림무정>처럼 느껴져 부푼 기대감으로 들떴다.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이란 수식이 붙는 ‘김탁환’이 풀어낼 호랑이와 포수, 그 극한의 긴장과 흡입력을 즐기기 좋은 겨울이 아닐까?

 

쫓고 쫓길 수밖에 없는 호랑이와 인간의 대립이 개마고원을 배경으로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눈 덮인 개마고원, 울창한 나무들 사이 백호 ‘흰머리’와 포수 ‘산’이 마주하고 있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지는 기분, 하지만 너무도 처절하게 다가오면서, 동물원에서 보던 그런 호랑이가 아닌 야생의 혼을 지는 흰머리와 다른 호랑이들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아직 상상도 하지 못했다. 팔다리가 뜯겨 나가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운명의 팽팽한 줄다리가가 온몸의 세포들을 날 서게 만들었다. 또한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 그리고 애증의 관계로 발전하면서 호랑이와 포수 사이가 더욱 흥미로웠다.

 

포수 ‘산’의 묵직함, 7여 년 간의 집념, 호랑이를 목숨처럼 지키고자 하는 ‘주홍’의 애절함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가슴 속엔 어떤 뜨거움이 용솟은 치는가? 벅찬 박동 소리를 들으며 삶과 마주했던 적은 언제인가? 빽빽한 빌딩 숲 사이에서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밀림의 처절함과 뜨거움이 아닌지, 총에 새겨진 ‘밀림무정-거칠고 단순하고 치열한 본능만이 존재하는 밀림에는 사사로운 정 따위는 없다-’에 담긴 의미가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생을 오롯이 건 한 판 승부, 그 승부에 대한 열망과 ‘무정’하다지만 오히려 더 뜨거운 정이 넘치는 밀림 숲의 하얀 눈보라 속으로 성큼 걸어가고 싶어진다. 눈 덮인 산을 훈훈하게 데어줄 우리 안의 어떤 갈망을 찾아서 말이다. 이 연말 나태해지려는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사람냄새 풀풀 맡으며, 땀과 열정으로 가득한 ‘생에 대한 뜨거움’을 처절하게 느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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