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서 배우는 마음경영 CEO가 읽는 클래식 2
홍상훈 지음 / 새빛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 한시의 매력이나 운치를 느꼈던 것은 몇 해 전 겨울 어느 온돌방에서였다. 흘리듯 일필휘지의 맛깔스런 한자들에 호기심을 느끼면 그 속에 깃든 사연을 듣다보니, 참으로 멋스럽고, 깊이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모두가 공감하며 한 구절 한 구절 읊조리며 이야기꽃을 피웠을 정겨운 시간을 상상하다보니, 그 어떤 문학 작품보다 흥미로웠다. 그 때의 추억을 떠올리다보니, ‘한시’를 소재로 한 <한시에서 배우는 마음 경영>을 지나칠 수 없었다. 시공을 초월하여 삶을 담아낸 옛사람들, 그 속에서 우러나는 진한 삶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고나 할까? 그렇게 설레는 마음과 두려움으로 책을 펼쳤다.

 

고리타분하고 어렵게 느꼈던 한시의 깊은 맛과 보편적인 삶의 통찰력에 깜짝깜짝 놀라고, 천 여 년 전에 쓰인 시구 하나에 머리를 한 방 얻어맞은 듯 ‘띵’하니 울렸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의 아픔 곳과 가려운 곳을 어찌 그리 잘 알고 살펴 주는지 참으로 헤아릴 수 없는 깊이에 숙연해진다. 깊은 울림은 손끝으로 전해져 온몸을 뒤흔들었다.

 

쉽게 뜻을 헤아리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의역 풀이로나마 한 구절 한 구절 읊조리며 오늘의 나를 뒤돌아보게 된다. 저자의 해석과 단상이 더해져, 현실의 삶을 관통하는 진솔하고 날카로운 시선에 오히려 마음은 정결해지고 차분해진다. 깊은 밤 벗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제법 어울리는 단짝을 만난 기분이랄까? 그렇게 행간에 숨어있는 풍부한 삶의 철학, 정신을 음미하고 곱씹다보면 그 속에 담긴 지혜와 교훈도 소리 없이 다가온다. ‘얼, 흥, 정, 멋, 맛, 격’의 정신을 오롯이 느끼며 차분히 가슴을 울리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한시와 저자의 단상들에 끊임없이 매혹되었다.

 

유전시작인(有錢始作人) 돈이 있어야 비로소 사람 노릇을 하게 된다는 문구, ‘가난한 여자’를 통해 자본주의의 비정함을 돌아보고, 사람됨에 대해 깊이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기 원하는지, 삶의 가치, 의무를 부여하고 현실을 견디게 해 줄 이상과 희망은 무엇인지 옛사람들의 삶의 고뇌에 기대어 곰곰이 생각하며 나 역시 깊은 밤 고뇌에 빠져든다. ‘기만이 횡행하고 옳고 그름이 뒤섞여 어지러운 당시의 세태(44)’를 비판하는 글은 바로 우리의 오늘이 아닌가! 사람 사는 그렇고 그런 풍경 속에서 오늘에 대한 풍자로 읽히며 한시의 맛을 혀끝으로 느끼게 된다.

 

여러 한시를 통해 마음을 반추하고 내 안에 도사리며 수시로 얼굴을 들이미는 숱한 감정의 소용돌이, 끝없이 들끓는 욕망들을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자,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저자의 바람대로 한시에 대한 낯섦과 거리감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작품 자체를 논하기에는 힘겹지만, 한시를 훨씬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도 나름 큰 이미를 지니지 않을까?

 

훗날 <한시에서 배우는 마음 경영>에서 만난 한시 중에서 내 마음을 비추며 음미하고 읊조릴 수 있는 그런 날을 기약해본다. 저자의 해석을 빌렸다는 사실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그러니 먼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그럼에도 또 다시 곱씹으며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즐기고 또 즐기고 싶다. 마음을 고요하게 정화시켜주는 힘이 가득한 한시들에서 위로와 휴식을 또한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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