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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은 왜 얼룩말일까? ㅣ 풀빛 그림 아이 38
막스 후빌러 지음, 위르크 오브리스트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얼룩말은 왜 얼룩말일까? 왜? 왜? 솔직히 어찌 대답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나 역시 ‘얼룩말이니까 얼룩말이지!’란 뻔한 대답을 하게 될 듯하다. 그런데 울 집 꼬마 천사를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과연 아이의 호기심에 눈을 감은 채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대답으로 일관하며 아이의 말문을 닫게 될까봐 순간 두려워졌다. 어떤 명제 앞에 우리는 ‘왜’란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뜬 아이에게 온 세상이 ‘얼마나 신기한 것 투성이지 않을까?’를 생각하면, 좀 더 아이의 눈높이에 발맞춰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잃어버린 나의 유년 시절을 되찾아가면서 말이다.
자, 이젠 <얼룩말은 왜 얼룩말일까?> 책 이야기를 해볼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덩치가 조금 작은 얼룩얼룩 줄무늬가 있는 얼룩말은 자신과 비슷한 동물 ‘말’을 보고 뭔가 비슷하지만 ‘다르다’는 것은 인식하게 된다. 그리곤 알고 싶은 것이 아주 많은 작은 얼룩말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른 얼룩말을 통해서는 속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고민만 더욱 깊어져 악몽까지 꾸며 괴로워한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줄무늬가 사라지는 소원을 이루게 되지만 오히려 슬픔에 잠기게 된다.
일련의 그 과정들이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며 무척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다채로운 배경 속 익살스런 얼룩말들의 표정이 유쾌함을 더하면서 아이의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최근 ‘어떡하지?’란 말에 손가락을 이마에 집으며 얼굴에 고민을 드러내는 울 집 꼬마에게 호기심 가득한 작은 얼룩말은 아주 좋은 동무가 될 것 같다.
비어있는 빨간 그네(앞속표지)가 마지막엔 활짝 웃으며 신나게 그네를 타는 얼룩말(뒤속표지)을 만날 수 있었다. 솔직히 그 그네의 의미가 쉽게 와 닿지는 않지만, 어떤 ‘성장통’의 상징으로 해석해보련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방황이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하는 그네처럼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일련의 고민과 갈등을 통해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 비로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나는 왜 나일까?’ 솔직히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일 것이다. 나 역시 지금도 가끔씩 질문을 던지곤 한다. 그리곤 어린 얼룩말처럼 ‘내가 나일 때' 비로소 ’가장 좋다는 것, 행복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깨닫게 된다. <얼룩말은 왜 얼룩말일까?>는 모든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공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또한 무궁무진한 호기심의 보고인 아이에 대한 어른의 태도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온갖 호기심과 괴상망측한 생각들로 가득한 아이들의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헤아릴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
똘망똘망 앙증맞은 작은 얼룩말의 ‘나를 찾아가는’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나’를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다름’의 차이 속에서 자기 긍정의 힘이 샘솟는 이야기, 작은 얼룩말의 그 환한 미소만으로도 힘이 되는 책 <얼룩말은 왜 얼룩말일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