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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ㅣ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0
사쿠라이 스스무 지음, 전선영 옮김 / 살림Math / 2010년 10월
평점 :
“수는 입을 열지 않는다.
다만 침묵한 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우리 삶을 떠받치고 있을 뿐이다.“
(147)
학창 시절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나?’란 질문을 수없이 해왔고, 이젠 아이들에겐 그런 질문을 받고 있다. 솔직히 ‘모르겠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한 채, 단지 어영부영 넘어가기 일쑤다. 어찌하랴~ 미적분이든, 로그든, 함수든 자신이 실제 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 무슨 철학적 질문처럼 마냥 난해할 뿐이다. 그렇기에 책 제목이 쏙 눈에 들어왔다. ‘일상생활 속에? 과연 어떤 수학이 숨어있다는 것일까?’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우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모르고 있지 않는가!
수학이란 것은 시험공부에 급급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잠깐 숨 돌리지 싶으면 또다시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와, 열심히 문제풀이 위주로, 단지 시험을 위한 수학을 공부하게 된다. 우리 모두의 학창시절이 마치 ‘문제 푸는 기계’로 전락하는 기분이랄까? 아이들에게 빠듯한 시간 속에서 좀 더 성취감과 자긍심이 심을 수 있는 수학 공부, 더 나아가 인생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한 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느냐?’에 대한 여러 고민들로 머리에 쥐가 나곤 하는 내게 어떤 요술책처럼 ‘툭’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기분이다. 그리곤 생활 속에서 재밌게 수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비법을 몸소 배워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자극하였다.
직접 펼쳐본 소감으로 말하자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수학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수학이란 것 또한 우리의 필요에 의해 고안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라는 사실이 명명백백해진다. 또한 대수학자들의 끈기, 열정과 집념이 오늘의 수학 체계를 이루었고, 우리는 그 혜택을 아무런 대가없이 누리며 살고 있었다. 실례를 중심으로 수학을 다시 보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 ‘수(數)’의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더 나아가 대항해시대 뱃사람들의 항로 결정을 위해-이는 또한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였다- 삼각함수, 로그, 지수는 고안되었다는 것, 자동차의 필수품이 된 네비게이션, 인터넷보안 등등에 실제로 수학의 원리는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마냥 신기하였다.
특히 ‘단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었다. 최근 우리는 국제표준에 맞춰 여러 계량단위들을 바꾸었다. 가장 실례로 넓이의 단위인 ‘평’을 ‘㎡'으로 법정계량단위로 사용해야 한다. 실제 정책이 시행될 때, 혼란은 불을 보든 뻔한데 ’구지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단위의 변화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의구심과 ’우리 고유의 단위를 말살할 필요성이 있을까?‘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미터 단위가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함께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단위‘ 역시 국제화시대에 발맞춘 어떤 편의를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전히 법적으로 ’강요된‘ 단위 사용이 아직 거부감을 일지만 말이다.
“단위는 항상 인간과 보조를 맞추면서 역사를 등에 지고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174)
엉뚱 여사와 호기심 아저씨 그리고 황당 박사의 대화로 각 주제별 수학의 기본 개념, 유래를 설명하는 도입 방식은 ‘수학’을 훨씬 쉽고 유쾌하게, 흥미를 끌게 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저자는 ‘사쿠라이 스스무’로 이 책은 일본책을 번역한 것이다. 그렇기에 세계의 위대한 수학자들-일본 학자가 여럿이다-을 소개하는데, 아무래도 우리의 현실을 뒤돌아보면 씁쓸함이 남는다. ‘황금비와 백은비’ 를 서구와 일본의 문화를 비교하는 방식은 다소 거북했다. 수학을 이야기책으로 접근해 본 것이 처음이니만큼 다른 책을 통해서라도 우리의 문화, 역사 속에 숨어있는 수학을 찾아보라고 자극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이또한 고마운 일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효율’만을 생각하며 공부라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수학 또한 마찬가지다. 수학 자체가 우리의 삶에서 ‘돈’, ‘밥줄’과 같은 어떤 현실적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학이란 것 역시 우리의 삶과 완벽하게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비로소 확신하게 되었다. 또한 수학 속에도 나름의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진땀이 나도록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게 될 때의 희열, 하나하나 알아가는 성취감, 너무도 쉬운 문제를 틀렸을 때의 어이없음, 낙심(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 등등 수학으로 인해 느꼈던 숱한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단지 시험이란 감옥에 갇혔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수학과 마주한다면, 그 속에서도 삶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일상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을 통해 수학의 재미와 흥미를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