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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유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평점 :
우리는 누구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인연이란 그래서 소중한 것이기도 한 것이다.
(160쪽)
무척 흥미로운 제목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이 일단 눈에 띄었다. 선뜻 어떤 의미인지, ‘사다라 햄버튼’의 존재가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리고 ‘제 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라니, 더욱 기대를 갖게 되었다. 무료한 일상에 찾아든 변화, 고양이 ‘사라다 햄버튼’과의 교감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일단 책을 펼쳐보고 싶었다. 왠지 기분 좋은 이야기로 깊어 가는 가을에 한 권의 책으로 풍성하고 충만하리란 들뜸, 설렘으로 가득했다.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체온을 가진 누군가(11)’의 부재, 그 허함을 채워주는 것이 바로 길고양이 ‘사라다 햄버튼’! 오랜 동거녀의 갑작스런 이별통보, 그 실연의 시점과 교모하게 맞아 떨어져 찾아든 길고양이! 어느새 나의 한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절로 실연의 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실연, 상실로 갑자기‘ 뚝’!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듯, 저 우주 멀리 홀로 떨어진 듯, 그 서글픔을 버려진 강아지를 품에 안고 울고 웃던 그 시간 속으로 말이다. 내 이야기? 묘했다. 그렇게 푹 빠져, 한껏 아픔과 슬픔의 찌꺼기를 씻어내듯 한결 가벼워졌다. 마치 씻김굿을 한 듯한 느낌!
청춘의 한 시점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었다. 이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이면서, 인생의 소소한 때로는 굵직한 사건 하나하나를 자극하였다. 압축된 삶의 흔적들, 그 추억들에 이 가을의 쓸쓸함과 고독이 주위를 감싸지만,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고 가슴 벅차도록 따뜻해졌다.
또한, 복잡하게 얽힌 관계들, 어긋나버린 인연들, 그 속에서 그저 그 인연들의 소중함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가족’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 부자의 이야기 속에서 ‘가족’이란 단어 속에 담긴 그 포근함에 콧등은 시큰, 한 쪽 가슴은 뭉클하기도 하였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음에도 신선하고 참신했다. 그리고 경쾌하고 따뜻했다. 일단 ‘문학동네작가상 수장작’의 경쾌함이 늘 좋다. 주인공을 통해 토로하는 현실의 아픔, 고통은 바로 우리의 이야기로 진정성이 묻어나고, 그 속에서 젊음의 열정과 희망이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제 16회의 수상작은 또 어떤 이야기일지 벌써부터 기대하게 된다.
아무래도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몇 번이고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을 펼치게 될 듯하다. 삶의 간극을 깔끔하게 메워주며, 어떤 희망들로 가득 채워주는 그 느낌에 다가오는 겨울이 외롭지 않을 듯하다.
실연, 상처, 좌절 등의 이유로 무기력했던 순간들, 뭔가 젊음을 유기했다는 또 다른 죄책감으로 더욱 수렁에 빠지기 쉬운 그 청춘의 시기! 분명 그 시간들로 인해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위로의 말을 덧붙이고 싶다. 나 역시 그랬다. 한 때의 흘러버린 시간들이 이젠 하나의 통과의례였으리란 생각, 그리고 그것을 발판삼아 한 걸음 더 크게 내디딜 거란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청춘이여! 좌절과 방황의 시기도 만끽해보자! 그 ‘불운한 운명(111)’에 온몸을 내맡겨보자! 파이팅!
“언젠가 깨닫게 될 거야. 지금 네가 겪고 있는 불안이, 아픔이, 절망이
결국 너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