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 - 70-80년대의 추억과 낭만 이야기
김호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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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자마자, 무척 흥미로운 소재, 독특한 기획이 무척 남다르게 느껴지며, 설렘과 기대감에 들떴다. 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 한 번쯤 기억을 더듬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과연 행복들이 자리한 삶의 구석구석의 묵은 그리움엔 어떤 것이 있을지 호기심에 두 눈이 반짝인다. ‘70·80년대의 추억과 낭만 이야기’(부제)를 담아낸 책 <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통해 그 행복했던 순간들을 직접 확인해 보자! 그리고 떨어지는 낙엽의 스산함과 아쉬움, 그 속에 담긴 지난 추억의 그림자들을 찾아 훌쩍 책속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나는 70년대생이다. 그것도 한창 끝물! 마지막 70년대생의 끝자락에서 70년대는 기억조차 없고, 80년대 그렇다고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잊혀진 기억들이 추억이 되어 솔솔 피어난다.) 80년대! 몇몇의 가수들과 88올림픽 그리고 대통령 선거 정도. 하지만 그 기억조차 머리 다 크고 각인된 이미지가 오히려 다일 것이다. 뭔가 나의 순순한 기억들은 온통 뒤죽박죽 섞여있다. 올림픽만 하더라도 나는 한창 더운 여름 방학의 시작과 함께 기억하고 있으니, 기억이란 것이 추억이란 이름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무척이나 변형되고 각색되었다.

 

87년 대통령선거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어린 시선에 줄지어선 포스터들이 마냥 신기하면서, 뻔한 당선을 두고(정말 노태우 당선이 뻔해 보였던 기억이 있다. 1번(?)이어서 그런가?) 왜 그리 야단법석을 떠는지 알 수 없어 나름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또한 끔찍했던 삼양라면의 기억-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나는 삼양라면밖에 몰랐다. 엄청난 배신감과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상실감이 나를 짓눌렀다-, 체변검사, 일요일아침 마을청소했던 기억, 반공만화-몇 번이고 엄청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선명하다.-, 6년간의 운동회날 등등의 기억들이 나름 새록새록 되살아나, 아쉬움과 그리움, 그리고 행복감으로 물든다.

 

그리고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내가 즐기는, 가슴을 울리는 노래들이 웬만하면 70년대의 노래라는 것이다. 그렇게 나름 정서적으로 1960년대생의 추억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 이젠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로써 함께 이야기꽃을 피울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60년대생의 추억을 고스란히 풀어내면서도, 이젠 부모세대로서 자식 세대들과의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유익하고 소중하다. 세대 간의 어색함을 허물고, 좀 더 윗세대의 허물과 고민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무의식 속에 자리한 깊은 그리움, 간절함, 어떤 설움들을 달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가장 먼저 목차를 세심하게 뜯어보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으론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다 자란 머리에 덮씌워진 기억들과 이미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책을 통해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굴곡진 현대사의 흐름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 한 개인이 삶이 어떤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마냥 그 시절을 즐기노라면, 어느새 함께 느끼고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추억들이 가득하다. 이야기 보따리를풀자 마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는 지난 고통스러웠던 시간들도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누누이 강조하는 이야기 속에 저자가 풀어낸 60년대생들의 추억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련하게 밀려드는 추억의 파도에 휩쓸리기도 하고, 생소한 이야기, 말로만 듣던 옛이야기에 강렬한 호기심들을 가득 충전할 수 있었다.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 지난 추억 속으로 이보다 생생하고 즐거운 시간여행이 또 있을까? 또한 역으로 우리 70년대생의 추억을 정리할 수 있는 제 2의 <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대해본다. 70·80년대의 추억과 낭만의 자리에 또 다른 90년대의 추억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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