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포네의 수상한 빨래방
제니퍼 촐덴코 지음, 김영욱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알 카포네가 알카트라즈에서 빨래를 해줬다는 상황이 일단 호기심을 부채질한다. 알 카포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아주아주 악명 높은 갱스터란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 책(<알 카포네> 루치아노 이오리초 , 2006) 소개를 보니, 알 카포네를 '공공의 적이자 대중의 영웅이었던 갱스터'라 소개하고 있다. 대중의 영웅이라~ 암흑가의 대부인 알 카포네, 1920년대 미국 하층민들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던 그가 빨래를 해 준다! 그리고 특별한 이웃을 소개하겠다는 당찬 소년의 성장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미국의 중범죄자가 수용되었던 바다 위의 작은 돌섬, 알 카포네가 수용된 알카트라즈로 온 가족과 함께 이사 온 한 소년 무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해 성장할 지 주인공의 모습이 일단 시선을 끌었다. 또한 ‘형무소’만으로 확대되었던 영화 속 여러 장면과 달리, 민간인(물론 형무소와 관련한 가족들이 대부분이겠지만)이 거주하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형무소 주변을 탐험(?)하는 상황이 아이들의 호기심과 더불어 커져갔다.

 

당돌하기 짝이 없는 소장의 딸 ‘파이퍼’와 무스의 신경전(때론 질투도 엿보이지만)이 다른 모든 상황들을 잊게 하며, 유쾌하게 그려진다. 알 카포네가 빨래를 해 준다며 죄수들이 세탁하는 빨랫감을 모우는 아이들, 아무래도 파이퍼의 전략에 나또한 맥없이 호기심에 눈이 멀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다.

 

내심 책을 읽으며 저자의 내심을 궁금해진다. 알카트라즈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유쾌한 성장 과정엔 알 카포네는 등장하지 않았다. 공공의 적이지만 대중의 영웅으로서 아이들의 입에 오르내릴 뿐, 얼마 남지 않은 분량을 생각하면 제목이 낚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허접한 상상은 금물이다.

이곳은 알카트라즈다!

회색빛 도시 삭막한 현실의 축소판 속에서 아이들이 유쾌함을 선사한다. 딱 고만한 나이에 있을 법한 고민과 갈등이 눈과 마음을 부드럽게, 포근하게 감싸준다. 때론 105 죄수로 인한 긴장, 불안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는 등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스릴과 즐거움이 만끽하였다.

또한 자폐를 앓는 누이 ‘나탈리’로 인해 엄마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무스와 나탈리의 입학 문제가 온 가족의 현안이 된 상황에서 가족의 사랑과 헌신이 절묘하게 녹아있다.

 

우여곡절 끝에 조금씩 성장하는 무스를 통해 가볍게만 여겨졌던 이야기가 의미 심장한 이야기를 품으며 시나브로 가슴을 촉촉하게 젖힌다. 누이를 향한 무스의 내적 갈등과 그에 비례하는 끝없는 애정이 일구어낸 놀라운 결과를 직접 확인해보시길~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서 반드시 뭐든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앗다.

그 순간, 엄마도 바로 이런 기분일 거라는, 아니, 항상 이런 기분으로 살아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 해도 기꺼이 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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