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칼럼 매캔 지음, 박찬원 옮김 / 뿔(웅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그가 그 곳 하늘에 있었을 때 모든 것이 다시 쓰였다. (281쪽)



 

110층 높이의 뉴욕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건넜던 전설의 곡예사‘ 필리프 프티’의 1974년 8월 7일의 실제 줄타기 사건을 소재로 이야기를 엮었다니, ‘어떤 이야기일까?’하는 호기심이 온몸을 기대, 설렘으로 들뜨게 하였다.

솔직히 뉴욕의 쌍둥이 빌딩하면, 2001년의 9·11테러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삼풍백화점 붕괴를 소재로 한 이야기(<강남몽>, 황석영)를 읽으면서, 더욱 처참했던 아비규환의 상황 속, 절규와 애끓는 마음들이 왠지 모르게 더욱 생생해졌다. 물론,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속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방법의 절규, 애끓음을 느낄 수 있어, 시간을 초월한 커다란 소용돌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처참함으로 대표되던 그 빌딩에 또 다른 놀라운 사건이 역사 속에 살아 있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그리고 ‘중력을 무시한 한 인간의 무모한 도전이 가져다 준 희망, 감동’은 과연 어떤 여운을 남겨줄지 기대하였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그 바탕의 다양한 인물들, 특히 절망의 수렁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어떤 희망, 따듯한 시선에 마음이 서서히 녹아든다. 신앙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성직자, 마약에 찌들어 타락해 버린 부부, 매춘, 감옥으로 뒤덮인 모녀, 아들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엄마 등등 다양한 인물들에게 줄타기 사건은 평범한 일상, 아니 쳇바퀴처럼 맴도는 절망의 수렁에서 건져주었다.

각기 전혀 다른 삶의 고리들이 어느 순간 하나가 되었다. 돌고 돌아 만나게 되는 인연들의 연결고리를 찾다 보면, 600쪽에 이르는 책두께의 부담감은 일순간 사라진다. 그리고 인물들 모두 자신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면서, 그 시선과 시선들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것이 굉장한 흡입력으로 압도한다.

 

‘인간은 어디서든 의미를 찾을 수 있다(282쪽)’는 이 한 문장을 가슴에 와닿았다.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두 눈 앞이 캄캄할 때, 숨 한 번 크게 쉬고 저 파란 하늘 위를 올라다 보면 어떨까? 그 작은 행위만으로도 생에 대한 기운을 북돋워줄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로 넘쳤다. 또한 그 하늘 위, 믿기지 않는 어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두려움에 몸서리칠 수 있지만, 분명 그보단 희망과 용기를 얻으리라 확신하게 될 것이다.

이 책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는 바로 실의의 수렁 속에서 두려움에 휩싸여 꼼짝 못할 때, 주저 하지 않는 용기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무모해 보였던 도전이 온 세상에 뿌렸던 희망과 감동의 씨앗은 각기 사람들의 가슴에 뿌리를 내렸다. 또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씨앗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새 내 가슴 속에도 희망의 싹이 꼼지락, 움틈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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