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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이라고 말해
우웸 아크판 지음, 김명신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통해 나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라는 하나의 이미지만을 떠올려왔다. 광활한 대지 속, 다채로운 동물들의 모습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들고, 그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얼마나 작고 나약한 존재인지를 떠올리며, 영상 속의 이미지들만을 각인시켜왔다.
그런데 최근 아프리카의 이면을 들추기 시작하였다. 다른 책들을 통해 엿본 아프리카는 기존의 대자연의 품이라는 추상적, 때론 낭만적이었던 이미지를 하나둘 무너뜨리기 시작하였다. 등 돌린 채 외면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자꾸만 나를 몰아세우는 듯하다. 그래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프리카의 현실을 담아낸 책 <한편이라고 말해(Say You're One of Them)>을 지나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살짝 버거기도 하였다. 기존의 이미지의 충돌과 참혹한 아프리카의 현실을 외면하고픈 마음이 책 속에서 부딪쳐 속도를 낼 수도, 몰입을 할 수도 없었다. 때론 소설이 담고 있는 장중함과 가슴 아리도록 치받아 올라오는 슬픔, 처절함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한 번 스치고 지나쳤던 이미지들이 이야기 속에서 생생하게, 때론 치열하게 그려지고 있어, 나약함을 채찍질하였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처럼 아이의 해맑음과 순수함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아이의 목소리로 전해들은 어른들의 위선과 모순, 광포함이 끊임없이 나 자신과 마주하게 한다.
한편이라고 말해! 과연 나는 목청 높여 그들과 한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으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아니 한편이라 말할 수 있는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아마도 참혹한 아프리카의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한 편이라 외칠 수 있는 그들은 ‘아이들’일 것이다. 그렇게 살육이 자행되는 현실 속에서도 이 책이 품고자 했던 희망 역시 ‘아이들’일 것이다. 표지 속 맨발로 뜨거운 대지를 달리는 아이의 힘찬 뒷모습에서 그 어떤 열렬함이 희망의 불꽃이 되어 마음 속 깊이 파고들었다.
한 편의 장편소설을 염두하고 읽기 시작했던 책, 하지만 5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동 성매매, 인신매매, 종교 분쟁, 학살 등등 지금껏 자행되어 온 아프리카(과연 아프리카만의 문제일까? 분명 ‘No'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의 참혹한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때론 어떤 서스펜스 스릴러를 읽는 듯한 긴장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였다. 작은 버스 안에서 펼쳐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설전과 어린 소년의 간절함, 그리고 그 속 내적 갈등 등이 그린 “럭셔리 영구차”가 뇌리 속에 강하게 남는다.
책을 읽는 내내 지금껏 외면했던 아프리카의 현실이 극명하게 내 곁에 와 닿았다. 그 현실 속에 나를 상상하는 것조차 섬뜻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겪는 두려움의 실체와 수없이 마주해야했다. 과연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내릴지 끊임없이 의문을 품으며 양심의 무게를 느꼈다. 때론 수없이 나를 잠식했던 두려움이 눈을 뜨고, 또한 그것을 이겨낼 용기를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편이라고 말해> 아리고 쓰리고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다. 그리고 처절하다. 그럼에도 묵직하고, 더없이 간절하고 희망적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통해 타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깊숙이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이 더없는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