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혼란의 힘과 그것을 정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것이 바로 철학의 출발점이다(45)’



 

 

 

‘하버드대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를 엮은 책 <정의란 무엇인가>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책을 손에 쥐기까지 고민을 하였다.

과연 이 책을 소화할 수 있을까? 대답은 ‘글쎄’였다. 그만큼 책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저하기도 하다가 <빼앗긴 대지의 꿈>을 읽은 후 이 책 역시 반드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며칠의 고민을 날려버렸다.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이었음은 분명하다.

 

'정의(justice, 正義)'를 정의한다(定義)는 것 자체가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마다 각자의 논리로 다양한 이견을 난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응당 사람이라면’으로 시작해서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기본 틀(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미덕‘으로 이해하기도 하였다)’이 있기 마련이니, 어려운 길은 천천히 돌아가면서, 저자 ‘마이클 샌델’의 ‘정의’에 관한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최근의 일련을 책들을 통해 입으로만 떠들던 ‘원죄’가 세포 깊숙이 파고들었다. 때로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가 과연 ‘진정 그럴까?’를 되묻게 되는 현실, ‘시장’과 ‘자본’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 무기력한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 그간의 ‘원죄’에 대한 뼈아픈 통찰을 ‘정의’ 속에서 풀고 싶었다. 그리고 저자가 던지는 도덕적 딜레마에 빠져 더욱 허우적거렸다. 그간의 나의 논리라는 것이 처한 상황에 따라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얕은 생각이었고, 이현령비현령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또한 가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의’를 다양한 각도-크게는 세 가지, 공리(행복극대화), 자유(선택의 자유), 미덕-에서 바라보며 그 시선에 머물러 생각하다가, 툭 던지는 또 다른 시선에 고개를 돌리면서 ‘정의’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된다. 균형을 잃지 않고, 정반대의 논리를 함께 제시하면서 끊임없이 생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다양한 시각과 저마다의 논리를 통해 생각의 근육이 조금씩 단단해짐을 느낄 것이다.

그 동안 미국 사회를 흔들었던(?) 사회적 이슈들(미국 사회의 일이지만 쉽게 우리에게 적용되는 이슈들이다), 그 핵심 논란들을 통해 ‘정의’를 접근하는 방식은 훨씬 쉽고 이해하기도 쉬었다. 또한 이는 기존의 자신의 견해를 한 번쯤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롤스, 칸트 등의 여러 사상가들의 주장-이 부분이 가장 어렵기도 하였지만-을 통해 ‘정의’를 고찰할 수 있었다. 특히, 역사적 흐름이 아닌 방식을 통해 그의 말처럼 ‘도덕적·철학적 사고를 여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이 정의다!’라며 아주 당연시했던 생각들 속에 숨어있던 많은 문제들, 또 다른 논리가 뒤통수를 마구 떼린다. ‘당연함’속에 수없이 놓쳐왔던 다양한 문제 제기가 오히려 흥미로울 정도다. 때론 논란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처럼 전혀 다른 문제로 순간 고민에 빠지기도 하였다. 특히 ‘과거사 문제’를 두고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밀려들기도 하였다. 때론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어렵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조차 망설여지기도 하였다. ‘정의’만큼 난해한 것이 또 있을까? 늪에 빠진 느낌이었다.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딱히 ‘이것이 바로 정의다!’라는 명쾌한 해답은 어렵다. 물론 저자는 ‘미덕’을 가장 최우선으로 꼽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제시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귀중한 메시지는 바로 ‘좋은 삶의 의미’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다.‘정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면 더없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의’에 무엇인지 한 번 제대로 골머리 썩어 보는 것으로도 저자는 충분히 만족한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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