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명적이다 - 경계를 넘는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의 예술
제미란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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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명적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운이 남다른 책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이 먼저 반응하면서 책을 살폈다. 순간 스치는 생각이라면 ‘소설’이지 않을까? 하는 섣부름 뿐이었다. 또한 ‘류준화’의 「물의 몸」이라는 그림 역시 매혹적이랄까? 그림의 제목 이전에 이미 눈도장을 찍으면 선명하게 각인되는 그림이었다. 혀끝으로 감도는 간질간질한 그 무엇을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흠뻑 취하는 느낌이 참으로 좋았다.

 

<나는 치명적이다>는 보기 드물게 참신한 기획이 돋보인다. ‘경계를 넘는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의 예술’이란 부제를 지닌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미술가 14명의 삶과 작품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저자 ‘제미란’은 미술가들과의 직접 만나며, 한 길 물 속보다도 더 깊고 내밀할 듯한 그녀들의 삶을 통째로 책 속에 옮겨둔 듯, 가까이서 쉽고 흥미진진하게, 다채로운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내밀함과 싸워야 하는 화가들의 삶에 확대경을 드리운 채, 작품과 작가들의 삶, 그들이 표방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였다.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로 하나가 되어, 미지의 삶에 드리워진 고통과 성찰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양한 삶과 그 삶을 표출하는 작가 특유의 고유성은 목차 속 수식어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며,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책을 펼쳐 그들의 삶 속으로 빠져든 순간, 헤어날 수 없었다.

다양한 작품과 작가들의 삶에 저자만의 세심함과 살뜰함이 더해져 숱한 감정을 들끓는 와중에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담담하게 위로받는 듯하다. 작품과 글로 풀어낸 14명의 예술가의 삶 속엔 저자와 나의 이야기가 오롯이 투영되어 있어, 더욱 풍성해졌다.

‘여성’이란 틀을 깨부수고자 하는 열망, 그렇게 자유롭고 싶다는 갈망에 헉헉되는 내게, 이미 저 멀리 앞선 길 위에서 뒤돌아보며 환한 미소로 반기는 빛나는 별빛의 무리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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