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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행복
장혜민 지음 / 산호와진주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스님의 입적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위안이고, 희망의 불씨였던 스님! 그렇게 밤하늘에 무심한 듯 빛나던 별 하나가 한 순간 사라져 버린 듯 가슴이 시리고 헛헛했다.
그렇게 내 안의 묵직한 그리움을 달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바로 스님의 책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방법에 있어 문제가 생겼다. 스님의 숭고한 정신마저도 상술에 무참히 이용당하는 느낌이랄까? ‘법정’과 ‘무소유’란 단어가 난무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어느 기사처럼 법정스님과는 무관하게 다소 짜깁기식 책들이 봇물 터지듯 요즘, 다소 날카로운 시선이 머물지만, 이러한 세태에 휩쓸리는 나는 또 뭐란 말인가? 스님의 뜻을 헤아리고자 하는 이 작은 마음은 또다시 갈등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런 갈등 속에서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행복>이란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한창 고민하였다. 그러다 문득, 법정 스님과의 추억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스님이 떠나신 빈자리를 ’당장에‘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하는 조급함도 달래면서.
스님은 말빚이라며 거두시길 바라셨지만, 내 삶을 채워주신 스님의 말씀이 없다면, 어찌 마음 속 모순과 갈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는가! 다만 또 다른 공간에서 스님이 말씀을 되새기며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 적적한 빈 마음을 다른 이와 공유하며 오히려 감사하다고 할까. 물론 경계하는 마음과 함께여야 할 것일 테지만. 그래서 다소 몇몇의 오타에 더욱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였다.
한편으로 ‘스님’의 삶을 되돌아보며 무관심했던 우리의 현대사에 다시금 눈길을 돌리는 시간이었다. 스님의 삶 자체가 바로 우리의 지난 모습 그대로란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외면하고자 했던 과거의 아픔들이, 부끄럽다며 돌아보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의 고리를 하나하나 채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지에 고개를 떨구면서, 총총한 눈빛으로 그 고개를 들게 한다.
저자 ‘장혜민’ 어느 여행길에서 <무소유>를 통해 스님을 만나면서 마음속 어두운 그림자를 지웠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내 가슴 속 깊이 자리한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여름의 초입, 우연하게 <무소유>를 만나면서 삶의 커다란 방향을 세웠다고 할까?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인지, 마음 속 번민은 어떻게 뿌리쳐야 할지? 그 때마다 스님의 말씀이 귀가에서 맴돌며,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부끄럽고 더 매서운 채찍이 필요하지만, 그렇게 다시금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행복>을 통해 스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본다. 또한, 스님이 떠나신 빈 자리, 그 헛헛함을 스님이 말씀들로 위로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