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 - 하룻밤에 만나보는 세계적인 박물관 탐방과 기행 단숨에 읽는 시리즈
CCTV 지음, 최인애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여름, 더위를 피해 은행 나들이가 제격이란 우스개소리를 한다. 그 우스개소리를 다시 하자면, 박물관만큼 또 좋은 곳이 있을까? 더위도 쫓고 유익한 정보도 얻으면서 삶의 지혜도 덤이라면, 일석이조 아닌 일석삼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추운 겨울도 마찬가지이겠지. (아직 겨울 추위를 가르며 박물관을 찾은 적은 없다만.) 일단, 추위를 피해 가까운 박물관을 찾는 것도 좋겠지만, 발품 들이지 않고 세계의 유수한 박물관을 비롯하여 이색적인 박물관을 단숨에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비교적 박물관 나들이를 좋아하는 편이다. 시끌벅적 사람 많은 것도 싫고,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조차 귀찮고, 어딘가 훌쩍 떠나고픈 방랑벽이 온몸을 휘감을 때, 나는 박물관행을 택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아직 박물관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뒤돌아서면 까먹는 것을 보면, 단순한 앎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라 허풍을 떨 수도 없겠다. 그런데 그 이유를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며, 한 눈에 꿰뚫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었다. 삶 위에서 휘청거릴 때, 그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면서, 온 인류의 삶의 무게를 지탱하고 뿌리박혀 굳건히 서 있는 그 모습만으로도 위안을 얻어 온 것 같다. 그렇게 나의 방랑벽을 치유하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었나 보다.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이야기를 해보자. 중국 CCTV에서 제작하여 방영한 다큐멘터리 중에서 엄선하여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가장 먼저, 세계 5대 박물관(루브르, 대영, 메트로폴리탄, 에르미타슈, 자금성)을 둘러보고, 28개 정도의 세계 주요 박물관(이는 나라를 대표할 만한 주요 박물관과 아주 이색적인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다.)을 비롯하여, 8개의 세계 유명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 단순한 박물관 소개가 아닌, 박물관만의 특색, 그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 이야기까지 풍성하여,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때론, 박물관의 방대함에 비하면 책의 한계가 느껴지면서, 살짝살짝 맛만 보고 시간에 쫓겨 뒤돌아서는 듯한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다.

 

최근, 외규장각 도서를 둘러싼 시민단체의 소송에서 약탈문화재임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구차한 이유를 들어 프랑스 행정법원은 기각하였다.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 속 다양한 유물들, 유명 박물관의 수많은 유물들 또한 그렇게 제국주의, 식민시대의 약탈 문화재임이 드러날 때, 씁쓸함도 더해졌지만 이 조차도 분명 교육적 의의가 있는 것이라 마음을 달래본다. 또한 이라크 국립박물관 속, 전쟁 등으로 인해 문화재의 손실, 밀반출 이야기는 어느 소설(<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밝은세상) 속 이야기와도 일치하여 사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엇다.  인류의 역사, 문화를 보존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비례하여, 인간의 추악한 내면과도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은 박물관으로의 좋은 길잡이임에는 분명하다. 풍성한 자료와 사진들로 눈이 즐겁고, 알기 쉬운 설명으로 편안하게 박물관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이와 수수께끼 놀이를 하듯, 자료를 찾아 이야기를 읽으면,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나는 어린 조카에게 책을 들이밀며, 다양한 사진들로 눈요기를 시켜주기도 하였다. 또한,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기에 사전 지식없이 유물과 마주할 때의 어려움을 책은 단번에 날려버리고 있었다. 책을 통해서나마 세계 곳곳의 다양한 박물관, 그곳으로 탐방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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