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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 싸부님 2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평점 :
<사부님 싸부님1>에 이어, 곧장 <사부님 싸부님 2>을 만났다. 귀엽고 사랑스럽던 돌연변이 하얀 올챙이가 과연 바다로 갔을까? 하는 호기심 조차 너무도 고정관념에 갇힌 것처럼 머쓱하였다.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고정관념을 버리고 책을 읽으라 당부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다는 것이 여지없이 들어났다.
<사부님 싸부님 2>는 화자가 살짝 바뀌었다. 물론 공간도 바뀌었다. 하얀 올챙이를 싸부님이라 따르던 꼬마 올챙이의 목소리가 커졌고, 저수지 수문을 통과하여 오염된 봇도랑, 하천을 지난 그들은 인공호수에 도착하였으나, 여전히 '바다'를 꿈꾸고 있었다. '물고기들의 신흥 대문명국(38)'이라 불리는 인공댐에서 다양한 물고리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도를 닦는 올챙이들의 여정이 펼쳐진다. 그 속엔, 물고기들을 통해 그려낸 여러 인간군상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게 될지 모르니, 마음 단단히 붙들어 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넘치는 이외수식 우와상자 속엔, 뭍에 인접한 바위 위에 앉아 머리의 특수 안테나로 인간 세상의 소리를 도청하는 달팽이도 있고, 물 밖 세상 소식을 알리는 전령 물고기가 있고, 인간 연구 세미나를 활발히 개최하면서 인간을 연구하는 물고기들을 있어, 그들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보면, 살짝 소름이 돋는다. 색과 돈을 밝히는 인간, 불신풍조와 부정부배가 만연한 인간 세상, 도덕과 법 질서가 무너진 우리의 현실을 물고기들의 입을 통해 전하고 있다.
공장 폐수로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 후 복수의 탈날을 갈고 있는 물고기, 날마다 서로 먹을 수도 없는 피를 흘리며 목숨을 빼앗으면서 자신을 보고는 징그럽다고 야단친다며 인간을 맹비난(?)하는 거머리, 탐욕으로 가득찬 배와 이기심으로 툭 불거진 눈, 아부근성으로 항시 꼬리를 살랑거리고 허영심에 들떠 요란하게 몸치장 하는 붕어, 허세와 자존심으로 가득 찬 물고리 피라미 등 각각의 물고기들이 비유하는 상징들이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든다.
종교에 대한 신랄한 비판 역시 흥미로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까만 올챙이의 일기일 것이다. 싸부님 하얀 올챙이와 함께 떠난 인공댐호 관광여행에서 보았던 희귀한 현상을 기록한 것이다. 그 속엔 인간들이 무자비하게 버린 온갖 잡동사니가 즐비하고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왠지 부끄럽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랄까? 너무도 많은 맹점을 가진 것이 인간이라지만, 물 밑 풍경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인공미(?)에 취해 야단법석을 떨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수몰된 내 고향 풍경이 투영되면서, 아찔하기도 하였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관계 속에서, 한 놈은 먹히는 일에 쫓기고 한 놈은 먹는 일에 좇기고 있다는(91)데, 과연 나는 무엇에 쫓기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시간? 돈? 일? 또한 남의 단점만을 보는 것은 나의 단점만을 키우는 일(134)이라는 소중한 가르침을 명심하고 싶다. 올챙이를 통해 이외수가 전하는 삶의 지혜를 배웠다며 안주하는 순간, 이 책을 헛읽었는지도 모른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일침을 가하며,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도록 독려하고 있다.
바다를 꿈꾸며 여행을 떠난 올챙이들, 저수지와 인공호수에서 만난 다양한 물고기들을 통해, 우리의 현실, 아니 나의 오늘을 보았다. 한없이 부끄러움이 밀려들지만, 고개를 떨구기보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한 가득 느낄 수 있었다. 끊임없이 열린 가슴으로 세상을 보고, 살아가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울린다. 소중한 가르침, 진정 내 삶의 살이 되어 내 삶을 살찌우고, 피가 되어 맹렬히 돌고 또 돌길 소원해본다.